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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슬기로운 감빵생활’ 박호산 “혀 짧은 소리, 연기한 거 맞아요”

[인터뷰] ‘슬기로운 감빵생활’ 박호산 “혀 짧은 소리, 연기한 거 맞아요”

기사승인 2018. 01.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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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강철두 역을 연기한 박호산 인터뷰
'슬기로운 감빵생활' 박호산 /사진=정재훈 기자

 재발견의 향연이었다. 지난 18일 11.2%(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기준·이하 동일)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 내린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연출 신원호·극본기획 이우정·극본 정보훈)은 슈퍼스타 야구선수 김제혁(박해수)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어 들어간 교도소 안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탄탄한 구성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응답' 제작진의 새로운 작품이자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고 해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성공과 실패의 예상이 반반이었지만 신원호 사단은 그러한 기우들을 비웃듯 보란 듯이 흥행에 성공했다. 


"작품이 끝나니 많이 섭섭하고 아쉬워요. 좀 더 하고 싶기도 해요. 시즌2도 하면 좋을 것 같고 시청자들과 같은 마음이에요. 신원호 PD님과 함께 하는 건 많은 연기자들의 로망이에요. 큰 행운이라 생각했죠. 함께 해보니 완벽에 가까운 분이더라고요. 높은 자리에 있어도 느슨해지지 않고 캐스팅 하나도 헛된 것 없이 기어이 좋은 배우를 찾고 마는 팀이에요. 굉장히 추진력 있고 결단력 있고 목표한 바가 있으면 같이 서로 정진해나가는 그러한 제작진이었어요. 촬영 내내 큰 소리 한 번 안 났어요. 행복하고 재밌었죠."


박호산은 극중 사기도박으로 감옥신세를 지게 된, 일명 '문래동 카이스트' 강철두 역을 연기했다. 혀가 짧은 탓에 자칫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박호산이 만들어내는 강철두는 결코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매력이 되어 '슬기로운 감빵생활' 팬들 사이에서 더욱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혀 짧은 캐릭터'는 제작진이 만들어주신 거예요. 대본에는 정상적으로 써 있지만 제가 혀 짧은 소리를 내어 연기를 해야 했죠. 제 것이 되도록 많이 연습했어요. 그래야 어떠한 순간 애드리브를 해도 제대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흰 머리는 제 머리에요. 원래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염색을 했는데 '슬기로운 감빵생활' 제작진이 그대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줬어요."


강철두는 굉장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혀가 짧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딜 가나 자신감이 넘친다. 범죄자 강철두가 시청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었던 건 이러한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강철두는 감옥 안, 약쟁이 해롱이(이규형)와의 케미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해롱이를 때리진 않았는데 제작진이 워낙 연출을 잘해주어서 그렇게 보이더라고요(웃음). 저희끼리 투닥거리는 하는 장면에선 PD님이 '컷'을 안 하고 내버려둬요. 그럼 우린 지칠 때까지 때리고 장난을 치는 거죠. 저와 해롱이가 말싸움을 많이 했다면 유대위(정해인)와 해롱이는 주로 몸으로 싸웠죠."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어도 '범죄자를 미화하지 않겠다'던 제작진의 약속은 지켜졌다. 해롱이 한약은 출소를 하자마자 다시 마약에 손을 댔고 강철두는 아픈 아들에게 간 이식을 해줬지만 아들의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다른 교도소로 이감됐다.


"병원신의 대본에서 강철두가 좀 더 오열하는 장면으로 그려져요. 그러나 저는 일부러 오열하지 않았죠. 울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범죄자인 강철두가 이러한 슬픔으로 시청자들에게 이해를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부정(父情)은 있지만 이기적인 부정으로 남기려 했어요. 그래야 버림받은 아내와 아들의 고통이 더욱 부각될 것 같았어요. 그들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고통 받은 사람들이잖아요. 아내 역을 연기해준 김선영 배우에게 굉장히 고마워요. 저에게 연기는 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김선영 배우의 연기를 받다보니 좋은 연기가 나온 것 같아요."


안방극장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박호산이지만 이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호산에겐 더욱 소중한 무대가 있다. 올해는 브라운관 위주로 활동을 펼칠 때지만 늘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다시 설 것을 계획하고 있다.


"저는 무대를 떠난 적이 없어서 다시 돌아간다는 표현도 쓰고 싶지 않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얻어지는 관객층이 있어요. 그 관객들이 연극 작품의 팬이 되는 구조가 되길 바라요. 드라마는 작가의 영역이 크고 영화는 감독의 영역이 크다면 무대는 배우의 영역이 가장 커요. 제가 무대를 사랑하는 이유는 할 일이 많아서죠. 무대에서는 배우에게 편집권이 있잖아요. 해야 될 일이 많아 굉장히 짜릿하고 재밌어요."


이번 '문래동 카이스트'라는 캐릭터가 워낙 강한 만큼 다음 작품에서의 캐릭터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연기파' 박호산의 다음 작품은 걱정보단 기대가 더 크다. 그의 연기력을 이미 많은 대중들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라는 캐릭터가 저에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어요. 좋을 수도 있지만 또 그 캐릭터를 넘는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줄 때 어설프면 안 된다고 봐요. 이제 제가 잘 할 일만 남았죠. 아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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