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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도차제광론 펴낸 박은정 원장 “인도불교 계승자가 티베트불교”

보리도차제광론 펴낸 박은정 원장 “인도불교 계승자가 티베트불교”

기사승인 2023. 06. 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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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란다불교학술원 원장
티베트불교의 핵심 교과서 '보리도차제광론' 번역
"사라진 인도불교 정수 티베트불교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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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나란다불교학술원에서 박은정 원장이 번역한 보리도차제광론을 소개하고 있다./경주=황의중 기자
박은정 나란다불교학술원 원장은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4대 달라이라마(법명 텐진 갸초)의 한국어 공식 통역사로 활동했다. 티베트 강원(講院·사원 내 경학 교육기관)에서 전통 교육을 받고 달라이라마는 물론 까르마빠17세 등 유명 린포체(환생한 티베트 고승)들을 곁에서 지켜봤다. 사실상 한국인 가운데 티베트불교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셈이다. 또 경북 경주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불교학부에서 강사로 강의도 하고 있다.

나란다불교학술원은 승려 교육 프로그램 및 티베트어 경전 번역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박 원장이 가장 공을 들이는 일은 '보리도차제광론(菩提道次第廣論)'을 한국말로 번역하는 사업이다. 티베트어로 '장춥람림첸모', 일명 '람림'으로 불리는 이 책은 깨달음으로 가는 단계를 안내하는 티베트불교의 핵심 교과서로 티베트불교 최대 종파이자 달라이라마의 종파인 겔룩파 조사 쫑카파 스님(1357~1419)이 지었다. 박 원장은 보리도차제광론 1, 2권을 한국어로 번역해 펴냈고 3권 출간을 앞두고 있다.

최근 경주에서 만난 박 원장은 보리도차제광론을 통해 한국 불자(불교 신자)들이 티베트불교의 정수를 접할 수 있다며 번역 사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티베트불교는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전통을 모두 담고 있는, 사라진 인도불교(나란다불교 전통)의 계승자라고 강조했다.

-왜 티베트불교인가.

"한국에선 역사·정치적인 이유로 불교가 핍박받으며 대승 전통이 끊어진 때가 있었다. 그러나 티베트불교는 인도불교가 전해진 후 1000년 이상 유지됐다. 결국 대승불교의 유산을 제대로 접하려면 티베트불교를 배울 수밖에 없다. 티베트불교는 인도 나란다대학에서 연구 집대성된 나란다불교를 계승했다. 나란다불교는 내(內)·외(外)·밀(密·비밀 가르침)의 세 가지 형태를 갖춘 불교다. 외적으로 계율을 엄수하고 내적으로는 보리심(菩提心·이타심)을 함양하고 비밀스럽게 밀교(密敎·불교 내 은밀히 전수되는 비밀 가르침과 수행전통)의 수행법을 연마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처님의 근본불교부터 대승의 현교(밀교와 반대로 드러난 가르침, 통상의 불교 교학)와 밀교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을 담고 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풍부하고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유일한 전통이 티베트불교라고 보면 된다."

-티베트불교에는 닝마·까규파 등 다양한 종파가 있다. 왜 달라이라마의 겔룩파 공부를 선택했나.

"겔룩파는 후기 인도불교의 최고 스승인 아티샤를 모셔 와서 사법(邪法)과 정법(正法)을 가렸고 기존에 있었던 모든 불교의 수행법과 교학 체계를 집대성했다. 더불어 계율을 중시한 것이 강점이다. 즉 티베트불교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정리된 체계를 지닌 종파가 겔룩파다."

-달라이라마는 어떤 분인가. 왜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하나.

"달라이라마는 수행을 체득하신 분, 깨달은 분이다.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교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적인 스승들은 불교밖에 말을 못한다. 그러나 달라이라마는 과학자들과 대화를 통해 현대인에게 맞는 전달 방식을 익히셨다. 무엇보다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있는 보살이다. 깨달음이 있어도 타인을 도울 능력이 없으면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없다. 또 능력이 있더라도 사랑과 연민심이 없으면 남을 돕지 않는다. 내가 지켜본 달라이라마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모든 이들을 이롭게 한다. 이 시대의 참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보리도차제론(람림) 번역서가 있는 데도 다시 출간하는 이유는.

"달라이라마께서는 람림의 번역 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셨다. 번역자가 다르면 번역도 조금씩 달라진다. 람림은 수행에 관한 매우 중요한 책이다. 대중을 위해 다양한 번역 서비스가 제공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인도불교 전통의 많은 경전이 아직 한국에 전해지지 않았다. 다양한 번역서가 나오고 읽히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인도불교의 귀한 가르침이 한국에 잘 알려질 수 있다."

-보리도차제광론의 가치를 설명해달라.

"표면적으로는 나란다불교의 전통에서 말하는 수행체계의 핵심이 응축된 가장 뛰어난 수행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보리도차제론을 제대로 공부하면 새로운 시각이 생기게 된다. 불교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부처님 말씀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모든 말씀을 참된 가르침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보리도차제론이 지닌 특별한 가치다."

-티베트불교하면 밀교 수행을 떠올리는 데 티베트승려는 다 밀교 수행자인가.

"그런 건 아니다. 사실 누가 밀교 수행자인가 알기 어렵다. 밀교 수행은 정말 비밀스럽게 해야 성취된다고 한다. 그래서 티베트에선 밀교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금기시 여긴다. 티베트불교가 유명해지면서 밀교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도 나왔다. 그러나 정말 밀교를 수행하는 사람은 내가 어떤 밀교 수행법을 배웠다고 말하거나 수행한다고 드러내지 않는다."

-향후 추진하려는 사업이 있다면.

"인재양성 사업이다. 인재양성은 나란다불교학술원의 목적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 불교 발전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인간의 내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애정과 연민, 친절, 배려와 같은 것. 인간은 다른 개체와 다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인간 사회에서는 타인과 원만한 관계 속에서 나의 행복이 보장된다. 그래서 타인에 대한 애정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따뜻한 시선, 따뜻한 말 한마디, 이타의 실천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의 행복을 진정 바란다면 사랑과 연민과 같은 내적 가치를 함양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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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나란다불교학술원에서 기념촬영하는 박은정 원장. 왼쪽에 모신 불상은 겔룩파 조사인 쫑카파 대사이며, 뒤에 걸린 사진은 겔룩파 고승인 삼동린포체./경주=황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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