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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가 내릴 구국의 결단, 그 답은 ‘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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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7. 03. 08. 20:32

헌재가 10일 오전 11시 탄핵심판을 선고할 예정이다. 헌재의 판결에 박근혜 대통령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핵이 인용되면, 1500만 유권자의 지지를 받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끌려내려와 수백억 뇌물을 받은 잡범으로 단죄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우리 헌정사에 커다란 오점이 찍히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북한의 도발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실험, 사드배치와 관련한 한·중 갈등 등으로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인데, 헌재의 판결에 따라 집권 세력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국가의 명운도 갈릴 것이다.

헌재재판관들도 이번 탄핵심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만 굳이 의견을 제시하자면, 헌재재판관들이 구국의 결단으로 '각하'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지금 탄핵 기각과 인용으로 민심이 갈라져 자칫 무정부 상태로까지 갈 수 있는 극도의 혼란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래서 대선을 큰 혼란 없이 잘 치르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법치주의를 굳건하게 세우기 위해서라도 '각하'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만약 판결을 잘못 내리면 헌재 재판관들은 물론이고 국민도 두고두고 괴로울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이런 판결 자체가 정의롭지 않다고 여기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탄핵사태를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을 이용해 사익을 얻으려는 고영태 일당의 기획, 이들과 합세한 '복수를 벼르던' 언론, 여기에 여소야대를 이용해 조기대선으로 정권을 잡으려는 야당과 여당내 일부 반대파가 가세하고, 혼란을 부추기려는 반국가 세력들이 결집해서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보고 있다.

사실 모든 대통령이 임기말 훨씬 더 큰 규모의 재단을 만들었는데 왜 누구보다 청렴한 박 대통령만 유독 문제 삼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 최순실 씨의 일탈이 있었지만 연좌제도 아닌데 왜 그 정도에 대통령을 파면시키려 하는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분개하고 있다. 더구나 고영태 녹음파일이 등장해 최순실 사태의 전모가 밝혀지려고 하는 참인데 왜 헌재가 재판관 한사람이 물러나는 시점에 맞춰 서둘러 탄핵심판을 종결하려고 하는지도 의아해하고 있다.

만약 헌재가 탄핵소추를 인용한다면, 아마도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이 억울하다고 여기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즉각 김평우 변호사를 중심으로 대통령 대리인단은 불복을 선언하고 재심을 청구할 것이다. 이는 9인의 헌재재판관이 합헌적 판결요건이라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줄기찬 주장으로부터 이미 예견된 사실이다.

1987년 개헌으로 대통령은 국회해산권이 없어지고 단임제가 된 반면, 국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행사하고 헌재가 이 탄핵소추를 심판한다. 헌재가 대통령과 대법원장 그리고 국회가 각각 3인을 추천하는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이유는 삼권분립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 9인 가운데 1인이라도 빠지면 피청구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적 흠결을 가진 재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등 주요한 헌재 재판은 모두 헌법재판관 9인의 참여 아래 이뤄졌다. 현재 헌재는 대통령 추천 몫인 박한철 전임 헌재소장이 나간 후 후임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여기에서 내리는 판결은 무효라는 게 대통령 대리인측의 주장이다. 사실 이는 박한철 전 헌재소장뿐만 아니라 이정미 소장권한대행 등의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대통령 대리인단이 이런 흠결을 이유로 탄핵 인용에 불복하고 재심을 요청하면 헌재가 이를 단순하게 헌재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할 수 없고 연속된 탄핵심판의 과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 2년도 넘은 세월호 사건 때 대통령 행적이 불분명하다면서 대통령을 파면시키려고 하는 것도 너무 심했다. 그래서인지 이를 탄핵사유에서 제외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많았지만 묵살됐다. 특검이 세월호 사건 당시 소위 대통령의 7시간을 뒤져서 밝힌 것이라고는 65세의 박근혜 대통령이 피로회복 주사와 주름을 줄이는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을 탄핵사유라고 우긴다면, 전세계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불행한 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누가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는가.

물론 반대로 만약 헌재가 탄핵을 기각한다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한 '촛불혁명'과 같은 격렬한 반발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탄핵정국을 정권 획득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봤는데 탄핵 기각으로 이런 분위기가 식는다면 어쩌면 촛불시위 세력들이 대대적인 시위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야권 주자들이 이제 정상적인 대선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겠다면서 이런 소요를 진정시키기를 바라지만 야당 주자들이 과연 그렇게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마디로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무정부상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두렵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국민들은 헌재 재판관들이 솔로몬의 지혜와 도덕적 의지로 이런 헌법재판소의 기능을 잘 수행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헌재 재판관들은 이번 탄핵심판에서 탄핵사유가 법리적으로 무리라는 것도,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헌재재판관들이 나라를 극도로 불안한 상태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했다가는 헌재도 커다란 상처를 입고, 나라도 엉망이 될 게 불보듯 뻔한데 이런 엄청난 결과에 대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런 점들을 모두 감안하면 결국 헌재 재판관들이 구국의 결단으로 ‘각하’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낸 탄핵소추안에 대해 인용이나 기각 중 택일하지 말고 탄핵소추의 무수한 흠결들을 지적하는 한편, 재판관의 수가 충족되지 못했다는 점을 적시해서 국회탄핵소추안을 국회로 돌려주는 게 최선이다. 그렇게 되면 촛불집회든 태극기집회든 계속할 명분이 사라지고 대선주자들은 대선준비로 바빠질 것으로 생각된다.

헌재의 '각하' 판결은 또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법치주의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를 포함한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원리다.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리면, 대통령의 임기말에 혹시 여소야대가 되더라도 야당이 무리하게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정치적 유혹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향후 선출된 대통령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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