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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 사망에 중국 언론은 침묵, 세계는 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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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기자

승인 : 2017. 07. 14. 11:19

트럼프 제외하고 서방 세계 양심들 일제히 중국 비난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중국의 대다수 언론은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향년 62세로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중국의대 부석 제1병원에서 눈을 감은 13일 오후 이후 약속이나 한 듯 침묵을 지켰다. 당연히 그 어떤 언론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류샤오보가 가는 길은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중국 민주화 인사들의 동향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14일 전언에 따르면 무엇보다 세계가 그를 애도했다. 우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전날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깊이 슬퍼하고 있다. 유족과 그의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는 애도의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정부 역시 외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적인 투쟁을 해온 이 지성인은 미래 세대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오랜 수감 생활에도 30년 넘도록 용기 있게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특히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왔다”고 애도했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트위터를 통해 류샤오보의 죽음을 슬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파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시진핑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홍콩에서는 류를 추모하는 집회가 일부 반중 단체와 홍콩 독립 성향의 민주인사들에 의해 14일부터 수일 동안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 그의 일생을 그린 자서전도 속속 출판되면서 애도의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 서방 세계 곳곳에서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류에 대한 추모 집회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중국정부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를 비난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중국의 상당수 시민들 역시 적극적 발언은 자제하고 있으나 류샤오보의 죽음을 마음속으로는 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자신들의 SNS를 통해 조심스럽게 애도의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후자(胡佳·45) 같은 민주인사들은 중국 당국이 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대놓고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류샤오보
투병 중일 때의 류샤오보와 부인 류샤./제공=누리꾼 볜위안르지(邊緣日記).
류샤오보는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을 하나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처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수감생활에 질린 나머지 그를 떠난 이후로는 현 부인인 류샤(劉霞·56)만이 곁에 있었을 뿐이다. 그가 임종 순간에 그녀에게 “잘 살라”는 단순하면서도 울림이 강한 작별인사를 보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볼 때 중국 당국은 조만간 그녀의 해외 출국을 허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끝까지 중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출국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인 것이 류샤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중국이 모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국 당국이 그녀에게는 관용을 베풀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가 될 듯하다. 그는 죽어서야 비로소 자신의 생의 마지막 자그마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됐다.
홍순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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