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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도라’ 박정우 감독 “현실과 너무 닮아 편집하기도”

[인터뷰] ‘판도라’ 박정우 감독 “현실과 너무 닮아 편집하기도”

기사승인 2017. 01. 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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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박정우/사진=정재훈 기자
4년의 기다림 끝에 판도라를 세상에 내놓게 된 박정우 감독.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남의 나라 일로만 볼 수 없었던 그는 '판도라'를 통해 원전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지난해 12월 7일 개봉돼 장기 흥행 중인 '판도라'를 는 지진과 원전의 폭발로 벌어진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나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4년 전 제작된 이야기가 맞나 싶을 만큼 현실과 닮아있다며 입을 모아 이야기 한다. 

"'연가시' 이후 레퍼런스 차원에서 실제 재난 가능성이 있는 정보들을 수집했어요. 나중에 또 재난 영화를 찍게 된다면 두 가지를 생각했는데, '블랙아웃'과 '원전'이었어요. 처음에는 원전에 대한 호기심 차원에서, 파괴력 있는 소재로 관심을 가졌어요. 그 와중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고, 제 상식으로 이웃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났으면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않게 원전이 많고 안전에 관해서는 일본이 더 나은 나라인데, 사회적 이슈는 커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갔어요.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연가시' 이후 또 다른 재난 영화를, 더 크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원전을 찍게 됐죠."

그는 후쿠시마 원전 이후 더욱 더 원전의 심각성을 깨닫고 작업에 매진했다. '판도라' 개봉 전부터 정부비판 영화로 비춰져 개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의 진짜 의도는 무능력한 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원전의 위험성'에 집중한 영화라고 선을 그었다.

"일부러 고위관계자들 역에 똑 부러지고 스마트하고 신념 있는 사람들로 캐스팅했어요. 멍청하고 아둔하고 기본상식조차 없는 식으로 설정을 하면 이 영화가 전개됐을 때 원전 문제가 아니고 정부 문제라고 받아들여질 것 같았어요. 정부만 똑똑하면 원전은 안전하다는 면죄부를 줄 것 같아서 똑바른 사람들이 있어도 원자력은 불가항력이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다만 이야기가 있어야 하니 대통령이 사실 자질이 있는데 불행히도 총리가 권력을 갖고 있어서 아무것도 발휘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설정으로 가게 된 거죠. 비선이나 무능력한 대통령은 스토리상 설정된 것들인데, '짜증난다' 이런 반응들이 나오니 제 의도를 더 정확히 할 걸 그랬나 싶었죠."

이렇듯 박정우 감독은 캐스팅 뿐만 아니라 처음 의도한 영화의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해 시국을 떠올리는 대사들을 편집하기도 했다. 

"최근에 뺐던 건 상황실에서 총리가 비상계엄을 선포해야한다면서 '대통령은 지금 판단 능력을 상실하셨어요'라고 한 대사예요. 또 '대통령은 지금 어디 계시는겁니까'라고 물으면 관저에서 낙담하고 좌절해서 관저에 있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이어지는데 이것도 뺐어요. 그런 대사들이 현 시국과 맞닿아 있어서 제 예지력을 높이 평가할 수도 있지만, 영화 외적인 것에 영향을 받으면 몰입도가 떨어질거라 생각했죠. 원전에만 집중했으면 해서 많이 집중했는데도 불구하고 더 쳐냈어야 하나 생각이 들어요."

'판도라'는 역대 12월 첫 주 개봉작 최고 오프닝 스코어로 시작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조만간 그의 전작 '연가시'(451만)의 성적도 뛰어넘을 예정이다.

"소박하게 감독으로서 이 영화에 용기 있게 투자하신 분들이 손해를 안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스태프나 배우들에게 덜 미안하게 될 것 같아서 그게 최소한의 바람이죠. 그리고 '시국만 이렇지 않았으면 더 잘됐을텐데' 이런 말만 안 듣고 싶어요. 낯부끄러운 영화가 아니고 뚝심 있게 만들었고, 개봉시킨 것 만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고생한 스태프들이 정당하게 보상받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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