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의 ‘우리’
이주여성들, 언어·문화 차이에 가정폭력·감금 등 인권침해도
신희진 기자|2008/07/16 17:20
한국 거주 외국인 수 100만명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10년 전인 97년만 해도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38만 7000명에 지나지 않았다. 2008년 2월 현재 외국인 수는 더욱 늘어 110만명으로 추산된다.
매년 행해지는 결혼의 13.5%가 국제 결혼이고, 농어촌 남성의 35.9%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다. 이는 한 민족이라던 우리 사회가 다양한 인종이 모여 문화를 섞는 다문화 가정시대로 변모함을 대변한다.
지난 해 정부는 공문서에 ‘혼혈인’이란 표현을 ‘다문화결혼자녀’로, 또 교과서에 한국을 ‘단일민족 구성 국가’에서 ‘다민족 다문화 사회 구성 국가’로 변경해 시대상을 반영했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는데 아직 어려움이 많다.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선 남녀 역할이 대등한데 비해 한국사회에선 여성이 종속적인 존재로 인식되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인’이 되라는 강요가 그것이다.
◇헤르난데 씨의 ‘다문화 가정’ 만들기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실시한 다문화정책 토론회에서 주디스 헤르난데스 씨는 안정된 다문화 가정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헤르난데스 씨는 “이주여성 엄마들을 훈련시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게 하고 강사 자격증 등 제도를 도입해 다문화교육 현장에서 강사로 활동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이 여성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어 자녀들에게도 자랑스런 엄마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도서관에 현지 언어로 된 자료나 도서가 비치되고, 이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 다문화 도서관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헤르난데스 씨는 지난 92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영어강사로 일하며 다문화 가정 어린이집 자원활동 등 한국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헤르난데스 씨는 “한국말과 문화를 빨리 익혀 한국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요하는 대신 다문화 가정의 한국인 남편과 아이들도 이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배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소통이 원활하게 되고 가족들 간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라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의식에 일침을 가했다.
◇주디스 헤르난데스는 누구
필리핀 Arellano 대학 졸업
‘92년 한국국적 취득(15년 거주)
창조한국당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한국 필리핀 공동체 회장(현)
한국산업인력공단 성남지사 언어자원봉사활동(현)
영어학원 강사(현)
◇편견과 강압, 다문화 가정 위협한다
“베트남에서 남편만 보고 시집왔지만 시댁 반대로 국적신청을 미루다가 아이와 함께 불법체류자가 되었어요”, “국제결혼 중개업소의 허위·과장광고로 사기 결혼을 당했고, 남편 동의가 있어야만 체류연장이 가능한데 동의해주지를 않아요”, “대화에 장애가 있는데도 시댁에서 한국어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일만 시켜요”, “한국에서 사니까 한국문화와 관습만을 따르라고 해요”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양 건)가 이달 3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12만 6000명에 달하는 우리 사회 결혼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이주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중하층에 속한다. 또 신체적 장애자나 장남으로 가족 부양을 책임지는 재혼, 고령, 질병 등 한국 결혼시장에서 외면당한 이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300만원에서 1000만원을 결혼 중개업체에 내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권 국가 여성과 결혼한다. 비용을 들여 결혼한 만큼 이주 여성 위에 군림하는 태도로 결혼 생활에 임하다 보니 적잖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주 여성이 속한 농어촌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도시 근로자 가구의 평균 소득 367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8만원이다. 고국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이주한 여성들에겐 혼란일 뿐이다.
김덕만 권익위 대변인은 10일 “조사를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 돼 접수된 피해사례가 100여건에 달한다”고 해 다문화 가정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한국인처럼 살아라’ 강요 말아야
한국의 국제 결혼은 수적 증가와 함께 동기, 결혼 후의 삶의 방식 또한 다양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선 순혈주의 가치관이 팽배해 문화와 언어가 다른 결혼 이주자들에게 한국인으로 사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갈등이 양산된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을 만나 사는 국제 결혼은 이미 갈등과 문제를 배태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차이’를 바라보는 방식과 대처 능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이에 다문화 사회 발전 10단계를 설정, 결혼 이주자들에 대한 한국 문화적응 지원과 다문화 사회 인식 제고, 다문화 정책 문화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기정 다문화정책팀장은 “2020년에 290만명(인구의 5%), 2050년엔 인구의 9.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결혼 이주자와 이주 노동자의 수를 고려한 결과”라면서 “기존 정책이 한국 문화 전달에 치중됐고, 시혜적 차원의 정책, 다문화 사업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부족했다는 인식에도 근거한다”고 밝혔다.
◇국적 필기시험 부활, 과연 적절한가.
지난 4월 법무부는 기존에는 결혼이주자에게 면제했던 국적 필기시험을 내년 1월부터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결혼 이주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선 한국에 필기시험에 통과하거나, 약 200시간에 달하는 사회통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적을 부여하지 않음은 물론, 체류 상 불이익도 주겠다고 한다.
법무부 사회통합팀 관계자에 따르면 “결혼 이주민은 한국어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 성적이 평균 47.1점(60점 이상의 합격률 42%)으로 저조해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통합교육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문화 사회에 사실상 진입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하면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축’ 목표 실현도 어려워진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가사, 노부모 봉양, 육아 등 다중의 부담을 안고 있는 이주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이주 여성이 국적을 취득하거나 체류연장을 하려면 배우자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러한 국적 취득 체계는 배우자에게 당연히 이주 여성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고, 이주 여성을 가정 폭력 등 인권침해적인 취약한 구조로 내몰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 여성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수많은 이주 여성들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거나 인권침해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후안마이’ 사건을 잊어선 안 된다. 결혼 후 한국어 교육은 물론 외출도 금지된 감금생활을 견디지 못해 베트남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에게 돌아온 건 남편의 폭력에 의한 죽음이었다는 사실을.
10년 전인 97년만 해도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38만 7000명에 지나지 않았다. 2008년 2월 현재 외국인 수는 더욱 늘어 110만명으로 추산된다.
매년 행해지는 결혼의 13.5%가 국제 결혼이고, 농어촌 남성의 35.9%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다. 이는 한 민족이라던 우리 사회가 다양한 인종이 모여 문화를 섞는 다문화 가정시대로 변모함을 대변한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하는데 아직 어려움이 많다. 언어의 장벽이 존재하고,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선 남녀 역할이 대등한데 비해 한국사회에선 여성이 종속적인 존재로 인식되며,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한국인’이 되라는 강요가 그것이다.
◇헤르난데 씨의 ‘다문화 가정’ 만들기
문화체육관광부가 10일 실시한 다문화정책 토론회에서 주디스 헤르난데스 씨는 안정된 다문화 가정을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헤르난데스 씨는 “이주여성 엄마들을 훈련시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게 하고 강사 자격증 등 제도를 도입해 다문화교육 현장에서 강사로 활동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이 여성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어 자녀들에게도 자랑스런 엄마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도서관에 현지 언어로 된 자료나 도서가 비치되고, 이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에 다문화 도서관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헤르난데스 씨는 지난 92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영어강사로 일하며 다문화 가정 어린이집 자원활동 등 한국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헤르난데스 씨는 “한국말과 문화를 빨리 익혀 한국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요하는 대신 다문화 가정의 한국인 남편과 아이들도 이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배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소통이 원활하게 되고 가족들 간의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라며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의식에 일침을 가했다.
◇주디스 헤르난데스는 누구
필리핀 Arellano 대학 졸업
‘92년 한국국적 취득(15년 거주)
창조한국당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한국 필리핀 공동체 회장(현)
한국산업인력공단 성남지사 언어자원봉사활동(현)
영어학원 강사(현)
◇편견과 강압, 다문화 가정 위협한다
“베트남에서 남편만 보고 시집왔지만 시댁 반대로 국적신청을 미루다가 아이와 함께 불법체류자가 되었어요”, “국제결혼 중개업소의 허위·과장광고로 사기 결혼을 당했고, 남편 동의가 있어야만 체류연장이 가능한데 동의해주지를 않아요”, “대화에 장애가 있는데도 시댁에서 한국어 교육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고 일만 시켜요”, “한국에서 사니까 한국문화와 관습만을 따르라고 해요”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양 건)가 이달 3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12만 6000명에 달하는 우리 사회 결혼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이주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중하층에 속한다. 또 신체적 장애자나 장남으로 가족 부양을 책임지는 재혼, 고령, 질병 등 한국 결혼시장에서 외면당한 이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300만원에서 1000만원을 결혼 중개업체에 내고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시아권 국가 여성과 결혼한다. 비용을 들여 결혼한 만큼 이주 여성 위에 군림하는 태도로 결혼 생활에 임하다 보니 적잖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주 여성이 속한 농어촌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도시 근로자 가구의 평균 소득 367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8만원이다. 고국의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이주한 여성들에겐 혼란일 뿐이다.
김덕만 권익위 대변인은 10일 “조사를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 돼 접수된 피해사례가 100여건에 달한다”고 해 다문화 가정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한국인처럼 살아라’ 강요 말아야
한국의 국제 결혼은 수적 증가와 함께 동기, 결혼 후의 삶의 방식 또한 다양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선 순혈주의 가치관이 팽배해 문화와 언어가 다른 결혼 이주자들에게 한국인으로 사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갈등이 양산된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을 만나 사는 국제 결혼은 이미 갈등과 문제를 배태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차이’를 바라보는 방식과 대처 능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이에 다문화 사회 발전 10단계를 설정, 결혼 이주자들에 대한 한국 문화적응 지원과 다문화 사회 인식 제고, 다문화 정책 문화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기정 다문화정책팀장은 “2020년에 290만명(인구의 5%), 2050년엔 인구의 9.2%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결혼 이주자와 이주 노동자의 수를 고려한 결과”라면서 “기존 정책이 한국 문화 전달에 치중됐고, 시혜적 차원의 정책, 다문화 사업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이 부족했다는 인식에도 근거한다”고 밝혔다.
◇국적 필기시험 부활, 과연 적절한가.
지난 4월 법무부는 기존에는 결혼이주자에게 면제했던 국적 필기시험을 내년 1월부터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결혼 이주자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선 한국에 필기시험에 통과하거나, 약 200시간에 달하는 사회통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적을 부여하지 않음은 물론, 체류 상 불이익도 주겠다고 한다.
법무부 사회통합팀 관계자에 따르면 “결혼 이주민은 한국어와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 성적이 평균 47.1점(60점 이상의 합격률 42%)으로 저조해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통합교육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문화 사회에 사실상 진입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하면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구축’ 목표 실현도 어려워진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가사, 노부모 봉양, 육아 등 다중의 부담을 안고 있는 이주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이주 여성이 국적을 취득하거나 체류연장을 하려면 배우자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러한 국적 취득 체계는 배우자에게 당연히 이주 여성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고, 이주 여성을 가정 폭력 등 인권침해적인 취약한 구조로 내몰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 여성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수많은 이주 여성들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거나 인권침해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후안마이’ 사건을 잊어선 안 된다. 결혼 후 한국어 교육은 물론 외출도 금지된 감금생활을 견디지 못해 베트남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에게 돌아온 건 남편의 폭력에 의한 죽음이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