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형제간 경영권분쟁 재점화하나

그룹 지주사격 호텔롯데에 영향력 행사 시작…형인 '신동주' 견제

김난영 기자|2014/03/27 06:0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코리아세븐의 자회사 ‘바이더웨이’를 이용해 호텔롯데 지분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형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그룹 승계 경쟁이 다시 불붙게 됐다. 호텔롯데가 사실상 한국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당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바로 그룹의 경영권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 부회장이 수차례에 걸쳐 롯데제과 등 국내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서자 한국롯데그룹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달았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에 맞서 호텔롯데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나서면서 신씨 형제 간 한국롯데그룹 경영권 경쟁이 2차전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26일 롯데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존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건설·롯데상사·대홍기획이 보유하고 있던 호텔롯데 지분 0.55%(28만3050만주)가 바이더웨이로 넘어가면서 신 회장은 여태 자신의 입지가 미흡했던 호텔롯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당초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등과의 상호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 지분을 자사주 취득 형태로 매수하려 했다. 그러나 해외사업 전개 등으로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자사주 취득을 포기했다. 재계는 이를 두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신 회장이 형인 신 부회장의 국내 계열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더웨이는 코리아세븐의 100% 출자 자회사로, 신 회장은 코리아세븐 지분 9.55%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기존 롯데호텔 지분 0.55%를 나눠 가졌던 롯데 계열사들 중 롯데쇼핑(13.46%)·롯데제과(5.34%)·롯데건설(0.59%)의 지분을 보유하며 한국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다져놓은 상태다.

그러나 신 부회장도 해당 계열사에서 각각 13.45%·3.77%·0.37%의 지분을 가져 두 사람 간 지분 차이는 최대 1.57%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전히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상존한다. 특히 롯데 계열사의 또 다른 지주회사 격인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이 13.46%로 신 부회장(13.45%)에 비해 겨우 0.01% 앞서면서 불안한 모습이다.

반면 호텔롯데는 기존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를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 역시 일본계 투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일본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 부회장이 호텔롯데의 사실상 최대주주로서 한국롯데그룹에 영향을 강화하며 동생인 신 회장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호텔롯데가 한국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롯데푸드, 롯데알미늄, 롯데상사 등 국내 롯데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텔롯데는 신 회장이 한국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이었던 셈이다. 역으로 형인 신 부회장은 호텔롯데를 교두보 삼아 호심탐탐 한국롯데그룹을 엿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그룹 국내 계열사들의 지분이 투입된 롯데부여리조트와 롯데제주리조트가 호텔롯데에 합병되면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롯데건설·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상사 등 국내 계열사들이 롯데호텔 지분 0.55%를 취득했다.

이들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신 회장도 자연히 호텔롯데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롯데제과 등이 해당 지분을 호텔롯데로 넘기려다가 바이더웨이로 넘긴 것도 형인 신 부회장을 견제하기 위한 신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바이더웨이의 모회사인 코리아세븐은 내년 바이더웨이를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코리아세븐과 바이더웨이가 합병될 경우 코리아세븐 지분 9.55%를 보유한 신 회장은 코리아세븐을 통해 직접 호텔롯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내 계열사 지분과 일본 지분의 접점이라는 점에서) 호텔롯데 지분이 특수성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롯데쇼핑과의 상호출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해외 지점 신설 등으로 자사주 인수 여력이 되지 않아 바이더웨이가 지분을 인수한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