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 여성은 위안부 문제 관심 없나

2014/04/08 13:45
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 일본은 '가미카제(神風)'라는 미명으로 '자살 비행'을 한 세키 유키오 대위를 '군신(軍神)'으로 둔갑시켰다.  여학생들에게 세키 대위의 사진을 방에 붙여놓거나, 품에 넣고 다니도록 시킨 것이다.  여학생들은 세키 대위를 사모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야스쿠니의 처(妻)'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야스쿠니신사에 있는 영령의 아내를 미화한 말이다. '천황'을 위해서 죽은 사람은 그 아내 역시 특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속셈은 쉬웠다. 일본은 패색이 짙어지자 여성까지 이른바 '황국(皇國) 여성'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좋게 말하자면 '정신 무장'을 시킨 것이다.  그러나 '야스쿠니의 처'는 재혼도 하지 못하는 등 '별도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했다.

그런 '과거사' 때문인지, 전 세계가 '위안부 문제'를 성토하는데도 이에 대한 일본 여성의 생각이 어떤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일본 여성이 피해자 할머니를 찾아 사죄의 뜻을 밝힌 적은 몇 차례 있었다. 우리나라를 여행하던 일본 여성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 여성 전체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되레 '여성 각료'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明美) 행정개혁 담당상은 '망언 시리즈'를 거들고 나서기도 했다. "위안부 제도는 슬픈 것이지만 전시 중에는 합법이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지난해 발언이 그랬다. "위안부 제도가 지금이든 전시중이든 여성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에 해당된다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는 말을 빠뜨리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면피용'처럼 들렸다.

미국 뉴욕주 의회의 경우, 일본의 위안부 만행을 공립학교 교과서에 의무적으로 담도록 하는 '위안부 교육법'을 발의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강제 성노예(enforced sexual slavery)라는 표현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새 교과서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아예 서술조차 빼고 있다.

일본 여성이 '여성 인권'을 따졌다면, 이 같은 희한한 행동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의 나라' 여성의 인권이 유린된 것이라 일본 여성과는 관계없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일본에는 여성 인권단체도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