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협력업체, SK텔레콤 타깃으로만 시위…‘1등 사업자의 비애’

팬택 협력사들, SKT타워서 과잉시위...글로벌 1인자만 '봉'?

윤복음 기자|2014/07/18 06:00
팬택 협력업체 협의회가 ‘1위 사업 사업자’이자 ‘통신 선도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동통신3사 중 SK텔레콤 앞에서만 과잉시위를 벌인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간 재계에선 소위 ‘1등 기업’이라는 이유로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위를 벌이거나 비난을 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기업들은 대외이미지 및 여론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얼토당토않는 민원까지 받아들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 일등기업을 타킷으로 삼아야 ‘얻을 게’ 많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 T타워 앞에서는 팬택 회생 방안을 촉구하는 협력사 협의회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협의회 회원은 약 150여명. 협의회 회원들은 회장인 홍진표 하이케이텔레콤 대표의 선창으로 “1등 기업 SK텔레콤, 모범기업 SK텔레콤. 팬택 회생방안 적극 수용하라”, “협력사도 지원한다. SK텔레콤도 협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협의회는 지난 2004년 SK그룹이 소버린 사태로 위기에 있을 때 팬택 이사회에서는 1000억원의 우호지분을 사겠다는 ‘백기사 역할’도 했는데, 현재 SK텔레콤은 팬택의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SK텔레콤이 현재 팬택을 두고 먼산만 바라보고 있는 의리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이 세계 1등 기업이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대리점, 판매점에서 현재 베가 아이언2를 살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공장에 있는 재고를 이통사가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협의회는 “통신 1위 기업인 SK텔레콤이 먼저 나서줘야 팬택 회생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SK텔레콤 앞에서만 시위를 열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등 사업자의 비애’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날 열린 시위는 이통3사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했으나 1등 사업자라는 이유로 잘못없는 SK텔레콤이 ‘간접적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을 타깃으로 한 시위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약 한 달전부터 SK텔레콤 사옥 앞에서는 참여연대와 전국피해자연맹 등의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휴대폰 요금 대폭 인하’와 ‘알뜰폰 등록 취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타깃도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위 사업자로서 감당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딱히 해결에 나설수는 없는 문제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사 중 1등 기업인 삼성전자도 ‘1위 사업자의 비애’를 겪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달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 달이 넘게 시위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인 각 지역 서비스업체들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노조로, 이들은 기본급과 근무여건 개선 등 사측에 요구해왔다.

즉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와 수리 위탁계약을 맺고 제품을 수리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위탁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협력사 사장들이 서비스 기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인센티브 역시 각 서비스센터의 사장들이 직원에게 재배분하고 있다.

사실상 삼성전자는 법적으로 교섭 대상이 아닌 만큼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해줄 수 없지만, 이들의 시위를 제지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또한, 삼성전자외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등도 이와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만을 문제 삼았다.

다행히 40여일간 지속됐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와 노조 간 갈등은 노조가 요구해온 사항을 사측이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1위 사업자라는 이유로 소비자 피해는 물론 통신 이슈 등의 문제에 SK텔레콤이 가장 많이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1위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면서 이슈를 부각시켜 해결 실마리를 찾으려는 의도인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