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억울한 비난을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김형태 칼럼] 생활의 지혜

2014/07/30 14:56
김형태 한남대학교 총장
지식인은 매우 많지만 지혜자는 아주 귀하다. 지식이 양(量)적 개념이라면 지혜는 질(質)적 개념이다.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지식이라면 미래에 대해 아는 것은 지혜다. 부분적으로 아는 것은 지식이고, 통합(전체)적으로 아는 것은 지혜다. 사실(fact)을 아는 것은 지식이고 의미(meaning)을 아는 것은 지혜다. ‘어떻게(How)’라고 물으면 마지막에 헬레니즘 철학(지식)에 이르고, ‘왜(Why)’라고 물으면 마지막에 헤브라이즘 종교(지혜·신앙)에 이른다.

이런 전제하에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지혜를 배워보자. ①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다. 혹 보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자신의 허물을 보는 것이 지혜요, 남의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 덕(德)이다.

②자기를 해롭게 하는 이들에게 앙심을 품지 않는다. 앙갚음을 하지 않고
보복도 꾀하지 않는다. 욕설을 먹더라도 끝까지 참는다. 참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③어떠한 경우에도 뼈있는 말로써 남에게 아픔을 주지 않으며 자신의 책임이나 부담을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④남의 부덕한 행위를 기뻐하는 것은 부덕한 행위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 적(敵)의 불행과 고통을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

⑤남을 도우면서 자랑해서는 안 된다.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여길 뿐만 아니라 그러한 기회를 준 그들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한다.

⑥비난을 받더라도 면전에서 성내지 말고, 능히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모든 번뇌 가운데에서 증오가 가장 파괴적이다. 증오는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공덕을 한꺼번에 소멸시켜버리기 때문이다.

⑦만일 사람들이 당신을 나쁘게 말하거든 돌이켜 자신을 살펴보라. 그들이 틀렸다면 그들을 무시해버리면 되고, 만약 그들이 맞다면 그들에게서 배우고 자신을 고치면 된다. 양편 어느 쪽이든 화를 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⑧타인이 잘못 행동해서 무엇이 옳은가를 지적해주었는데도 그들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쯤해서 그대로 놔두어라. 불경 중 ‘법구경’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제악막작 제선봉행 자정기의 시제불교(諸惡莫作 諸善奉行 自淨其意 是諸佛敎·모든 나쁜 악을 행하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힘써 행하며,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것이 부처님의 기본 가르침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을 행하고 악을 막으라는 것이 불교의 교훈이다.

그러나 스스로 이렇게 살 자신이 있는가? 걸레는 빨아도 행주가 될 수 없다. 수렁에 빠진 사람이 점점 더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니까 마지막 탈출시도로 자기 머리칼을 잡아당기며 빠져나오려고 힘을 쓴다. 그러나 힘을 쓸수록 더 빨리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갈 뿐이다. 끈이든 막대기든 손길이든 늪 밖에서 도움을 주어야 비로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자력갱생(自力更生)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구원자가 필요한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는 것은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함이다. 이 세상은 자기 생각대로만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인내는 아름다운 것이고 최고의 덕목이기도 하다. 한번 참고 큰 숨 쉬고, 두 번 참고 반성해보자. 세 번 참고 결과를 보면 인내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다.

천자(天子)가 참으면 나라가 평안하고, 제후가 참으면 큰 나라를 이룩하며, 공직자가 참으면 그 지위가 올라가고, 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화목하며, 부부가 참으면 일생을 해로할 수 있고, 친구끼리 참으면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으며, 자신이 참으면 재앙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천자가 참지 못하면 나라를 잃게 되고, 제후가 참지 못하면 그 몸을 잃어버리며, 공직자가 참지 않으면 형법에 의해 죽게 되고, 형제가 참지 않으면 각각 헤어져 따로 살게 되며, 부부가 참지 않으면 자식을 고아로 만들고, 친구끼리 참지 않으면 원수지간이 되며, 자신이 참지 않으면 근심이 떠나지 않는다.

너무 참으면 울화병이 생긴다고 하지만 참지 않고 성질대로 살다가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근심, 걱정을 얻게 되어 몸과 마음을 상하게 된다. 그래서 옛날부터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백 번 참는 집안엔 화평이 온다(百忍堂中有泰和)’고 가르쳐왔다.

그래서 누가 내 콧구멍을 쑤시더라도 재채기를 하지 않아야 한다. 누가 나에게 약을 올려도 나 스스로 약 오르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가 놓은 덫에 걸리지 말고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시시한 사람의 덧없는 말 한마디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영향 받지 말고 ‘여드레 80리를 걸어가도 황소걸음으로’라는 자세로 충격과 비난과 도전을 잘 견디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