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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노미…원인불명 흉악범죄 10년새 두배 증가

한국판 아노미…원인불명 흉악범죄 10년새 두배 증가

"질서가 무너진 아노미 상태, 예측불가능한 방식으로 욕구 충족"

송병형 기자|2014/08/05 19:50
윤모 일병·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은 잔혹행위의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에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원인불명의 잔혹범죄는 이미 한국사회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지난 10년 사이 범행동기를 알 수 없는 흉악범죄는 2배 이상 급증한 상태다. 전체 범죄 역시 동기미상의 범죄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도덕적 통제가 사라진 ‘한국판 아노미’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발생한 살인·강도·방화·강간 등 4대 흉악범죄 건수 2만5485건 가운데 범행동기가 불명확한 사건은 5704건(22.4%)에 달했다. 또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은 7373건(28.9%)이었다. 흉악범죄의 절반 이상이 뚜렷한 범행동기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생활비·유흥비·도박비·허영·사치·치부 등 금전을 노린 범행이 2630건(10.3%), 호기심 1764건(6.9%), 유혹 968건(3.8%), 현실불만이 동기인 범행은 305건(1.2%)에 불과했다.

2002년의 경우 흉악범죄 1만5672건 가운데 동기미상의 범행은 1693건(10.8%), 우발적인 범행이 3875건(24.7%)이었다. 금전을 노린 범행은 3011건(19.2%), 호기심 644건(4.1%), 유혹 429건(2.7%), 현실불만이 222건(1.4%)이었다. 10년 사이에 금전을 노린 범행은 절반 수준으로 줄고, 동기미상의 범행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범죄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2년 발생한 형사사건 211만7737건 가운데 동기미상의 범행은 83만4219건(39.4%), 우발적 충동에 의한 범행이 28만6382건(13.5%)이었던 데 반해 2002년 형사사건 229만7030건 가운데 동기미상의 범행은 37만8357건(16.5%), 우발적 범행이 35만3408건(15.4%)이었다.

2012년 금전을 노린 범행은 14만6467(6.9%), 호기심 1만6347건(0.8%), 유혹 1만968건(0.5%), 현실불만이 원인인 범행이 1만734건(0.5%)이었다. 2002년에는 금전을 노린 범행은 21만2390건(9.2%), 호기심 1만6760건(0.7%), 유혹 1만1337건(0.5%), 현실불만은 1만2536건(0.5%)이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박형민 박사는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어떻게 재산을 모으는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도덕적 질서가 잡혀 있을 때 사람들은 일탈이나 범죄보다는 질서를 따르게 된다”며 “우리사회가 질서가 무너진 아노미상태에 빠지면서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욕구를 충족시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