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36.5℃] “뒷걸음치는 내수, 요우커 지갑 훔쳐야 흥한다”
안소연 기자
2014/09/29 06:00
2014/09/29 06:00
서용구 한국유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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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 소비자가 관건이라면 한국은 비교적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일단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내수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어를 못하는 서비스 직원도 다수다.”
- 서울 명동만 나가도 중국어 광고판 천지다.
유통학회장은 임기가 1년이다. 서 교수는 유통업계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학회장을 맡은 셈이다. 기업들은 ‘가뜩이나 불황 때문에 힘든데 규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토로하고, 소상공인들은 ‘대기업 때문에 굶어죽을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 유통학회장이니 여러 고충을 많이 들을 것 같다.
“유통에는 다양한 업태가 있다. 전통시장부터 대형마트, 프리미엄아웃렛, 복합 쇼핑몰 등등. 내가 보기에는 일단 관광객들이 오거나 온라인을 강화한 곳은 잘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형마트가 한때 고속성장을 했는데 지금은 정체기를 겪고 있다. 이건 반드시 불황 때문만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출점,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가 심화됐다. 소비자들이 주말 등 결정적일 때 쇼핑을 못하게 된 것이다. 전통시장으로 가긴 가지만 대형마트만큼은 아니다. 한마디로 소비가 증발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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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 중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전 세계 최강자들과 난타전을 벌인다는 의미다. 월마트, 까르푸 등과 싸워 이겨야 하는 것이다. 롯데그룹 정도면 한국, 일본에서 성공한 노하우가 있으니 궁극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국내 ‘방문객 경제’를 일으키는 쪽으로 가야한다.”
- 해외진출을 포함해 유통업계의 또 다른 불황 타개 아이디어가 바로 자체상품(PB)이다. 최근에는 편의점에서 PB상품이 1등 제품을 넘어서는 기록도 나오고 있다.
“질적 성장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질적성장은 ‘프라이빗 브랜드(Private Brand)’이기도 하다. 선진국 업체들이 성숙한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특정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매력적인 상품이 많아야 한다. PB는 한 매장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히트상품이 되면 그게 대중적인 브랜드(내셔널브랜드·NB)가 되는 것이다.”
- 그러나 기존 업체들은 불안해한다. 매대는 한정돼 있는데 대기업 혹은 유통채널들이 본인들의 제품으로 자리를 채우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생리라고 봐야 한다. 이제 기존 NB 제조업체들은 PB를 어떻게 넘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PB가 성장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유통업이 성장하면 힘의 균형이 ‘제조’에서 ‘유통채널’로 넘어간다.”
- 그래서 ‘갑질’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힘의 균형이 넘어간 상태에서 ‘갑질’을 안하길 바라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갑질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유통업체들이 사회적 신뢰, 경제 주체의 마인드를 쌓지 않은 탓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 다 불황이라고 아우성이지만 그 중에서 홀로 웃는 업태가 있다. 모바일 플랫폼이 활성화된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이다.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고 보나.
“두말할 것 없이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솔로모(SoLoMo) 소비자’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소셜·로컬·모바일의 합성어다.”
경영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에게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느냐’고 물으니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며 웃었다. 유통의 미래, 넓게는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학생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느냐고 물었다.
- 이제까지 강조한 내용들을 보면 학생들에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유통채널로 입사하라는 조언을 할 것 같은데.
“그럼 좋겠지만 유통업계가 어렵다 보니 신입사원들을 많이 뽑지 않더라. 차라리 중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감각을 키우길 바란다. 자영업도 방법이다. ‘중국인들의 지갑을 훔치는 자가 흥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