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마케팅 전략]꾸준한 투자 빛 발하는 닛산

2005년 한국 진출 이후로 판매관리비 중 광고선전비 비중 50% 넘게 유지해 와
고객 시승 이벤트, 문화·공연 후원 등 고객의 경험 늘리는데 초점 맞춰

이후섭 기자|2014/10/25 14:04
닛산 캐시카이
수입차 전성시대 속에서도 브랜드마다 실적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잘 나가는 브랜드들은 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판매량을 끌어 올리는 선순환을 만들어나가는 반면 실적이 안 좋은 업체들은 영업·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본수입차 업체에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일본 수입차 업체는 닛산이다. 닛산은 국내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혼다·토요타와 달리 홀로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 인피니티는 지난 6월 한국 진출 이후 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최근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닛산도 다음달 출시할 캐시카이가 사전예약을 실시한 지 4주 만에 400대를 육박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호실적의 배경에는 국내 진출 이후로 꾸준히 판매관리비의 50%가 넘는 비중을 광고선전비에 쏟아 부어온 한국닛산의 마케팅 치중 전략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닛산의 지난 9년 간 판관비 중 광고선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4%에 달한다. BMW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의 독일 3사와 비교했을 때 5~10%포인트 정도 높다. 한국토요타자동차·혼다코리아 등 일본의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비해서도 많게는 20%포인트 정도 차이난다.

한국닛산의 마케팅 전략은 기본적으로 고객의 경험을 늘리는 쪽에 초점을 맞춰 왔다.

2008년 국내에 도입된 닛산이 주로 진행하는 마케팅 활동은 고객 시승 이벤트다. 수시로 전시장에서 온라인 시승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승을 신청한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을 증정한다.

더불어 주력 모델 알티마, 쥬크 등을 대상으로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 또는 20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제공하는 금융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인피니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닛산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문화·공연 등을 후원하며 고품격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했다.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인피니티는 최근 차이코프스키 콘서트를 공식 후원하면서 연주자들에게 의전차량을 지원했으며, 전시장 시승 고객을 추첨해 콘서트 티켓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 7월에는 ‘도심 속 휴가’를 주제로 고객들에게 반얀트리 리조트 브런치권, 풀사이드 파티 초대권 등 고급 호텔 식사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런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최근 닛산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피니티는 올해 2월 출시한 럭셔리 스포츠 세단 Q50이 인기몰이를 하며 지난 6월 416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인피니티가 국내에 들어온 지 9년 내 최다 월 판매 기록이다.

닛산은 올해 9월까지 3047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2236대에 비해 36%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더욱이 다음달 출시될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가 사전예약을 실시한 지 4주 만에 400대를 육박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어 4분기 전망은 더욱 밝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닛산은 ‘기술의 닛산’이라는 별명답게, 성능과 품질에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고객의 경험을 늘리는 쪽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다한 판관비 지출로 5년 넘게 쌓인 결손금의 규모가 작지 않아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은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한국닛산의 결손금은 1392억원으로 자본금 100억원의 13배가 넘는 규모에 달해 이를 줄여 나가야 하는 부담을 지고 있다. 한국닛산은 2009년부터 5년 넘게 적자를 기록해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