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항성 탐험?’, “달도 못가는 대한민국”

하태경 의원, 우주개발 정책토론회 개최
"달 탐사는 우주 탐사의 첫걸음"

윤희훈 기자|2014/12/10 16:19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스텔라와 대한민국 우주개발 비전’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윤희훈 기자
아시아투데이 윤희훈 기자·류지남 대학생 인턴기자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가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우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지만 대한민국 우주항공과학의 현실은 여전히 척박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스텔라와 대한민국 우주개발 비전’ 정책토론회에서 “상대성이론을 공부하는 과목이 있는 대학이 92개 대학 중에서 3개 대학에 불과하다“면서 ”대학생들이 먹고 사는데 허덕거리다보니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 분야가 안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꿈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어 2015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달 탐사’ 예산이 편성되지 못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 의원은 이어 ”2015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달 탐사 예산이 늦게 들어왔는데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대한민국이 전진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줄 꿈을 앗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야는 2015년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달 탐사’ 예산 배정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결국 예산안에 편성되지 못했다.

당시 야당은 달 탐사 예산을 ‘쪽지 예산’으로 지목,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을 늘리기 위한 예산’이라고 맹공했다. 이에 대해 여당이 예산안 합의 처리에 방점을 두고 한발 물러선 결과 였다.

이로 인해 ‘인공위성’ → ‘발사체 기술’ → ‘달 탐사’ 로 이어지고 있는 우주과학 발전 전략도 다소 주춤거리게 됐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스텔라와 대한민국 우주개발 비전’ 정책토론회에서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가 ‘인터스텔라와 과학’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으로 나가기 위한 우주과학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그 첫 걸음으로 ‘달 탐사’ 추진을 꼽았다.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협력센터장은 “달 탐사는 국력의 상징으로 우주 탐사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제고 할 수 있다”며 “미국·유럽·러시아·일본·중국·인도까지 강대국들은 모두 달 탐사를 추진해왔다”고 했다.

황 센터장은 이어 “시험용 달 궤도선 1기의 발사 시점은 2018년 말이 될 것”이라고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토론회 참석자는 “발사가 차기 정부에서 진행되는 만큼 박 대통령의 치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또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따라 발사체와 우주탐사, 위성 개발의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탐사선 개발과정에서 구축한 기술은 타 산업분야에도 파급 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종욱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 ‘우주탐사’ 분야엔 무인 달탐사와 국제협력 기반의 심우주 탐사 추진이 담겨있다”며 “미래 우주활동 영역 확보를 위해선 우주탐사를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왜 달 탐사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다른 나라가 탐사한 곳을 하는 게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이영완 조선일보 과학전문기자는 “같은 달을 가더라도 어디를 갈 것인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누군가가 오른 에베레스트산에 도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냐”며 “달 탐사는 탐사의 영역을 넓히는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경제적 발전’과 ‘기술의 진보’로만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홍열 전 국방과학연구소장은 “우주 개발을 ‘경제’ ‘기술’ ‘과학’ ‘정신’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우리는 경제과 기술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순수 과학의 발전과 우주에 대한 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동훈 경희대 교수(우주과학)는 “미국 NASA(미항공우주국)의 비전은 ‘더 멀리간다. 인류를 위해’다. 일본 JAXA(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비전 역시 ‘인류사회에 기여하겠다’이다”면서 “항공우주연구원의 비전은 ‘국민경제와 국민생활 안정 기여’다. 지향점 자체가 틀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목표가 다르다.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과학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