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현대중공업 노조도 이제 그만 합의해야 한다

홍정원 기자|2014/12/17 06:00
홍정원 산업부 기자.
사면초가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집행부의 결연한 의지에도 불구, 사방에 악재 뿐이다.

사측도 일관되게 수정안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은 몇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현대중공업과 동일한 제시안을 받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이미 ‘무분규 합의’의 축배를 든 채 월동준비를 마쳤다.

집행부를 따르는 조합원들의 사기도 한 풀 꺾인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두 차례 파업에서 보였던 단결력도 일정부분 희석된 모양새다.

사측에 따르면 파업 참가자 수는 1차 3000명에서 2차 2500명으로 17% 가량 감소했다.

현재 3차 파업 참가여부에 대해서는 조합원간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단결과 투쟁’을 부르짖는 목소리만큼 ‘백기투항’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전언이다.

‘협상’과 ‘적당한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수면 위로 드러날 정도의 세를 이룬 형국이다.

설상가상 3차 파업이 예고된 17일 울산에는 최저기온 영하 4도의 혹한이 예보돼 있다.

여론도 돌아섰다.

동일한 조건에도 ‘무분규’로 협상을 마친 두 계열사와 비교해 온 나라 국민과 언론은 현대중공업 노조에 염려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계열사·노조 조합원·여론을 등지고 배수진을 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에게는 이제 결사항전이냐, 백기투항이냐의 문제만 남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지금껏 투쟁한 체면을 생각해 결사항전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향후 회사가 수익을 내면 반드시 보상하겠다”던 사측의 약속을 믿고 합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