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니사 해킹’ 배후 북한 지목…중국에 협조요청

북한 김정은 암살 소재 영화 '인터뷰' 개봉취소…북한, 인터넷 통신망 중국에 의존

최태범 기자|2014/12/21 12:52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The Interview)’ 속에 담긴 ‘김정은 암살 장면’이 한때 유튜브에 유출됐다 몇시간 후 삭제됐다. 18일 뉴욕 포스트 등 언론은 유튜브를 통해 유출된 영상에서는 김정은이 타고 있는 헬기가 미사일에 격추당하는 장면이 포함됐고, 이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 캡처 사진. /사진출처=데일리 메일
‘북한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가 각종 해킹과 위협으로 개봉취소된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영화사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사이버 공격차단을 위해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미국이 이번 소니 해킹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비례적 대응’을 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이같이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시도를 막을 수 있는 차단 조치”라고 설명했다.
AFP통신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 미국이 중국에 관련 정보 공유 등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해킹 활동을 저지하려면 중국 정부의 협조가 핵심적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북한은 해외 인터넷 접속을 대부분 중국 통신망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북한발 사이버 공격을 막으려면 불가피하게 중국 통신망에 접근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니 영화사를 겨냥한 최근 해킹 공격도 중국 통신망에 기반을 두고 싱가포르와 태국, 볼리비아 등 다른 국가에 있는 서버를 거쳐 이뤄졌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 같은 요청에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 5월 미국 사법당국이 해킹 혐의로 중국군 관계자 5명을 기소·수배한 이후 사이버 범죄를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이 심해진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이 협조에 응할지 미지수다.

미국은 그러나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사이버 공간 내의 ‘통행 규칙’을 만드는 문제를 함께 논의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 중국의 협조를 얻는 방안은 최근 소니 영화사 해킹과 관련해 수차례 열린 미국 정부 고위 안보 관계자 회의에서 나왔다.

미국은 북한 해킹의 대응 수단으로 고강도 금융제재와 북한 주민들의 여론을 움직이기 위한 ‘정보 작전’, 군 시설과 컴퓨터 서버에 대한 사이버 보복 공격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의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사이버 공간 버전의 ‘확산방지구상’(PSI)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PSI는 대량살상무기 운반이 의심되는 선박을 검색·차단하기 위한 국제 네트워크다.

그러나 북한의 인터넷 사용이 군과 일부 엘리트 계층에만 한정돼 있어 보복 공격이나 인터넷 차단과 같은 대응으로 북한에 타격을 입히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반대로 북한이 보복 공격에 나설 경우 인터넷 의존도가 높고 전력망이나 금융시장 등 취약 목표를 다수 보유한 미국의 위험부담이 크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유리로 된 거대한 집에 사는 것과 같아서 제약이 있다”며 “북한이 알아챌 수 있지만 보복에 나서지 않을 수준의 대응조치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