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더 인터뷰’를 싫어하는 진짜 이유

이미현 기자|2014/12/21 15:01
김정은 국방위원장. 10월 14일 평양. 출처=/신화통신
영국 BBC는 최근 “왜 북한이 ‘더 인터뷰’를 두려워하는가”라고 질문하며 북한 정권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소니픽처스사)를 싫어하는 진짜 이유를 분석했다.

BBC는 “지난 3년간 계속해서 북한이 묘사된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됐는데 과거에는 북한이 이토록 강경한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며 그 이유로 ‘암살이라는 소재’와 ‘흔들리는 북한 주민 세뇌 정책’을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에는 북한 출신 테러리스트가 백악관에 침투해 습격한다는 ‘백악관 최후의 날’이 개봉했으며 2012년에는 북한이 미국 워싱턴주를 점령했다는 설정의 ‘레드 던’이 개봉됐으나 북한 측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외교적 언사 외에 큰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6월 11일 ‘더 인터뷰’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북한 외무부는 즉각 백악관에 서한으로 “테러행위이며 전쟁행위”라며 규탄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조차 “미국이 상영금지 조치를 하지 않으면 무자비한 보복을 하겠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러한 반응은 200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세계정복을 노리는 미치광이로 묘사한 애니메이션 ‘팀 아메리카’가 개봉했을 때도 없었던 것이다.

BBC는 그 이유를 ‘더 인터뷰’는 북한 정권과 체제를 전복가능한 것으로 그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더 인터뷰’의 예고편 공개 당시 “한 편의 코미디 영화가 어떤 대북 제재보다 효과적”이라며 “영화 해적판이 DVD나 USB 등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될 경우 주민들에게 김정은이 암살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거나 봉기를 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정권의 이러한 우려를 더 부채질하는 배경으로는 북한에 점점 DVD, 라디오 수신기, 휴대전화 신호 등을 통해 외부 영상이 유입되면서 김정은을 비롯한 김씨 일가가 북한주민에게 세뇌시키려 한 완벽한 북한체제의 모습이 ‘부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