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스타트업!] “건강한 실패자에 기회줘야 ‘한국판 페이스북’ 나온다

아시아투데이 개최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방향 모색' 좌담회
"실패자에 주홍글씨 안새긴다"
외국 기업지원문화 본 받아야
실리콘밸리는 성장가능성 주목
우리는 사업성 보고 민·관 투자

남라다 기자|2015/01/13 06:00
아시아투데이가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파워 스타트업’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세운 바이박스 대표, 최장욱 키즈노트 대표, 송치형 두나무 대표, 서영조 드라이어드 대표. /박성일 기자 rnopark99@
· 대담: 전세운 바이박스 대표, 최장욱 키즈노트 대표, 서용조 드라이어드 대표, 송치형 두나무 대표
· 사회: 박영주 본지 멀티미디어부장

아시아투데이 남라다 기자 =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꼽힌다. 인터넷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광대역 무선인터넷망도 전국적으로 깔렸다. 그만큼 IT업계의 기술적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업계의 벤처 신화를 일군 기업을 보면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아직 탄생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창조경제 구현을 외치며 스타트업(Start up, 벤처)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관이 주도하는 지원 모두 신생 업체에 국한돼 있어 중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투데이가 스타트업 기업들을 응원하기 위해 다음카카오, 민간 투자업체 케이큐브벤처스와 함께 진행한 ‘파워 스타트업’ 기획 1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케이큐브벤처스 본사 사옥 1층 카페에서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는 박영주 아시아투데이 멀티미디어부장의 사회로 드라이어드 서영조 대표(37), 키즈노트 최장욱 대표(37), 두나무 송치형 대표(37), 바이박스 전세운 대표(47) 등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본지와 인터뷰를 하신 이후 어떻게 지냈는가.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전세운=지난 한해 동안 가장 큰 변화는 큐레이터 사이트 ‘바이박스’를 리뉴얼한 것이다. 전에는 큐레이터가 2~3명밖에 없었는데 30명으로 확대했고, 250개 브랜드 4000개 제품을 사이트에 입점시켰다. 특히 중국 명품몰 등 해외 기업들이 직접 사업 제안을 해와 올해에는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장욱=스마트 알림장인 키즈노트에 대해 인터뷰한 이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키즈노트가 파워 스타트업 기획의 첫 번째 타자였다. 김준용 대표랑 처음에 망망대해에 배 한 척 몰고 출발해 항구에 도착한 느낌이랄까. 지난 한해 동안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힘썼고, 지난 5일 다음 카카오에 인수합병되면서 올해에는 기대가 크다.

서영조=전략 역할수행게임(RPG)인 드라이어드는 국내에서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해외에서도 출시해 현지 상황에 맞게 업데이트를 하면서 해외 전략법을 배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해외 유저들도 현재는 많이 늘어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훌륭한 개발자 영입에 집중했고 올 한해에는 글로벌 버전 성공과 함께 차기작 출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치형=지난 6일 모바일 트레이딩 서비스(MTS)인 ‘증권플러스’가 하루 페이지뷰(PV) 1000만을 돌파했다. 예상도 못했던 결과여서 뿌듯했다. 주식 거래 서비스의 기본 기능에 국내 최초로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는 소셜트레이딩을 가미한 게 소비자들에게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개 증권사의 거래내역을 받아 잘하는 사람들을 참고해 거래를 하다보니 설립 3년이 지난 현재 수익률이 높아졌다. 3개월 수익률이 200% 넘는 고객들이 나오더라.

좌담회에 참석한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세운 바이박스 대표, 최장욱 키즈노트 대표, 송치형 두나무 대표, 서영조 드라이어드 대표. /박성일 기자 rnopark99@
-스타트업의 관건은 언제 투자 결실을 맺을 수 있느냐인데, 유료화 실행 시기는 언제쯤인가.

최장욱=회사 방향에 따라 다르다. 지난해 초부터 고민을 했다. 투자를 받을 것인가, 유료화에 나설 것인가하고 말이다. 다음카카오로 인수되면서 투자도 이뤄진 만큼 유료화할 계획은 당분간 없다. 편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송치형=비즈니스 모델이 각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유료화 결정도 모두 다르다. 저희로서는 유료화는 필수 사항이고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시점은 무료로 베타기간을 두고 반응을 살펴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유료화 시점이라 판단하고 줄이면서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스타트업 사업 초기에 비해 현재 겪고 있는 애로점과 보완점이 있다면.

서영조=초기 스타트업에 집중돼 아쉬운 점도 많다. 저희가 보기에도 기업이 초창기에는 생존율이 낮고 운과 인력이 결합돼야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데 그런 팀을 골라내 지원하는 민간과 정부의 지원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어느 정도 업력이 되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원책이 적어 기업 성장의 제약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전세운=회사 내부나 협력처와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표조차 해결이 안 되는 일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들을 직면하고 해결해나가는 게 어렵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IT강국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시시때때로 바뀌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시장의 근간이 좌지우지되는 문제점들이 고쳐져야 한다고 본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 10만’ 육성하면서 당시 현금력을 보유한 업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현재 10년 전과 비교해 벤처의 생태계는 변하지 않았는데.

전세운=김대중 때 사업계획서만 제출하면 투자가 이뤄졌다. 현금 20억~30억원씩 목돈이 들어오다보니 흥청망청 돈을 쓰거나 나태해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스타트업 사업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다보니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지면서 시장 활성화를 이루지 못했다.

-실리콘 밸리 등 해외에서 벤처 생태계가 잘 이뤄진 곳과 비교해보고, 국내 스타트업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전세운=해외에서는 실패했던 사람들에 대해 ‘주홍글씨를 새기지는 않는다’고 하더라. 국내에서는 한 번 실패를 맛보는 ‘건강한 실패자’들이 많다. 저는 자기 자산을 모두 투자를 해서 실패한 것을 건강한 실패라고 말하는데, 이처럼 건전한 실패를 했던 사람들한테도 나라가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 실패한 개인들을 보면 처참하다. 신용불량자가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업 실패자에게는 투자회사에서조차도 용납을 안하니까. 원활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들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재기하는데 제약이 많은 게 현실이다.

서영조=실리콘밸리에서는 성장가능성을 보고 후속 투자들이 이뤄지는데 저희는 사업성을 보고 민·관이 투자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미흡한 것 같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송치형=두나무가 증권플러스라는 모바일 트레이딩서비스를 만들었을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이 생소했다. 거래가 됐든 콘텐츠가 됐든 증권업계에서는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만들어가는 업체가 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창업을 하려면 계획만 세우지 말고 우선 행동에 옮겨야 한다. 스타트업을 해보면 어렵기도 어려운데 보람도 느낀다. ‘어떻게 스타트업에 뛰어들었을까’라는 생각만 하기보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