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양의 지혜 말씀

[김형태 칼럼] '책을 읽자' 동양세계의 지혜들

2015/02/12 13:58
김형태 한남대 총장
동·서양의 문명과 문화는 각각 특징이 있기에 서로 상합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서양이 직선문화라면 동양은 곡선문화다. 서양화는 자연을 재해석해 화폭 가득히 채색하는 반면 동양화는 있는 그대로를 그리되 여백을 소중히 여긴다. 서양이 연역적이라면 동양은 귀납적이다. 서양이 ‘How(어떻게)’로 시작해 과학에 이른다. 동양은 ‘Why(왜)’로 출발해 철학에 이른다.

올 한해도 ‘책을 읽자, 신문을 읽자’ 캠페인을 펼쳐나가고 싶은데 우선 맛보기로 현대보다 고대, 서양세계보다 동양세계의 지혜들을 탐구해보기로 한다.

1. 나이는 시간과 함께 달려가고, 뜻은 세월과 더불어 사라진다. 드디어 말라 떨어진 뒤에 궁한 집 속에서 슬피 탄식한들 어찌 되돌릴 수 있으랴.(소학·小學) 2. 먹는 나이는 거절할 수 없고, 흐르는 시간은 멈추게 할 수 없다. 생장(生長)과 소멸(消滅), 성(盛)하고 쇠(衰)함이 끝나면 다시 시작되니 끝이 없다.(장자·莊子)
3. 찰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면 그 빈 곳(無)이 담는 그릇으로서의 구실을 한다. 문이나 창을 내고 방을 만드는 경우에도 그 비어있는 부분(無)이 방으로 이용된다. 그러므로 있는 것이 이(利)가 된다는 것은 없는 것(無)이 작용하기 때문이다.(노자·老子) 4. 부모가 사랑해주면 기뻐하여 잊지 말고, 부모가 미워하더라도 송구스럽게 생각하여 원망하지 말며, 부모에게 잘못이 있거든 부드럽게 말씀 아뢰고 함부로 거역하지 말라.(증자·曾子)

5.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으로부터 미움을 받지 아니하고,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은 남으로부터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다.(소학) 6. 제 부모를 사랑하는 사람은 감히 남을 미워하지 못하고, 제 부모를 공경하는 사람은 감히 남을 업신여기지 못한다.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제 부모에게 다하고 보면 덕스러운 가르침이 백성들에게까지 미쳐서 천하가 본받게 될 것이니, 이것은 천자로서의 효도이다.(가전충효 세수인경·家傳忠孝 世守仁敬 / 공자·孔子)

7.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거니와 의(義)롭지 않으면 부(富)한들 무엇하랴. 오로지 한 자식의 효도만 있다면 자손이 많아서 무엇하랴. 어진 아내는 그 남편을 귀하게 만들고, 악한 아내는 그 남편을 천하게 만든다.(명심보감) 8. 길은 가까운데 있거늘 사람들은 늘 먼데서 찾는다. 일은 쉬운데 있거늘 사람들은 늘 어려운 데서 찾는다. 사람마다 부모를 부모로 섬기고, 어른을 어른으로 섬기면 온 천하가 화평해 질 것이다.(맹자·孟子)

9. 세속에서 말하는 불효에 다섯 가지가 있다. 사지(四肢)를 게을리하여 부모공양을 돌보지 않음이 첫째 불효요, 노름과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부모를 돌보지 않음이 둘째 불효요, 재물을 좋아하고 처자만을 사랑하여 부모를 돌보지 않음이 셋째 불효요, 귀와 눈의 욕망을 채움으로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 넷째 불효요, 용맹을 좋아하여 늘 싸우고 다님으로 부모를 불안케 함이 다섯째 불효이다.(맹자) 10.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 이리하여 몸을 닦는 것(修身)은 마음을 바로잡는 데 있는 것이다.(대학·大學)

11. 뿌리가 깊이 박힌 나무는 베어도 움이 다시 돋는다. 욕심을 뿌리채 뽑지 않으면 다시 자라나 괴로움을 당한다. 탐욕에서 근심이 생기고, 근심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탐욕에서 벗어나면 무엇이 근심되고 무엇이 두려우랴.(법구경) 12. 정도(正道)를 행하는 사람에겐 돕는 사람이 많고, 무도(無道)하게 행하는 사람에겐 돕는 사람이 적다. 극단적으로 적을 경우엔 친척들도 등을 돌리고, 돕는 자가 많을 땐 천하가 모두 따라온다.(맹자)

13. 좋은 활은 잡아당기기는 어려우나 멀리 날아갈 수 있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좋은 말(馬)은 타기는 힘이 드나 무거운 짐을 싣고 멀리 갈 수 있다. 훌륭한 인재는 부리기는 어려우나 임금을 보필해 존귀함을 드러낼 수 있다.(묵자·墨子) 14. 큰 지혜가 있는 사람은 영고성쇠(榮枯盛衰)를 알고 있으므로 얻었다 해서 기뻐하지 아니하고, 잃는다 해도 근심하지 않는다. 그는 운명의 변화무상(變化無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의 진리에 통달한 사람은 생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힘쓰지 않고 운명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인지가 미치지 못하는 바를 힘쓰지 아니한다.(장자·莊子)

15. 늙어서 나는 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불러온 것이며, 노쇠한 뒤의 재앙도 모두 성시(盛時)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가장 성할 때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채근담·菜根譚) 16. 자기를 아는 자는 남을 원망하지 않고, 천명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복(福)은 자기에게서 나오고, 화(禍)도 역시 자기로부터 나온다.(회남자·准南子)

17. 나무는 가을에 잎이 떨어진 뒤라야 꽃피던 가지와 무성하던 잎이 모두 헛된 영화임을 알고, 사람은 죽어서 관(棺) 뚜껑을 닫고 나서야 자손과 돈이 쓸모없음을 안다.(채근담) 18. 물과 불은 기운은 있으되 생명이 없고, 의로움(義)도 없다. 사람은 기운도 있고 생명도 있고 지각도 있으며, 의로움(義)도 있다. 그래서 천하에 가장 존귀한 존재라고 일컫는 것이다.(순자·荀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