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실효성있는 중장년 재취업 지원 필요”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은퇴자 지원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박규석 기자|2015/03/27 05:50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제공=한국산업인력공단
“앞으로는 고용정책 수립에 있어서 중장년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중장년 맞춤형 훈련이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 중장년 재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은퇴 시점에 있는 자사 근로자들에 대한 재취업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은퇴자의 자발적인 퇴직프로그램 참여와 지원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설립목적과 주요 사업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산업인력의 양성과 수급의 효율화 그리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1982년에 설립됐다. 주요사업은 △평생능력개발 △국자자격시험 △외국인고용지원 △해외취업 △숙련기술장려 및 기능경기 등이며 국민복지 증진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일학습병행제 △지역산업 맞춤형 인력양성 △스펙초월 멘토스쿨 △중장년 취업아카데미 △글로벌 인재양성 K-Move 등 능력중심사회 구현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으로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양성 지침서’라 할 수 있다. NCS는 지난해까지 797개 직무를 개발했다. NCS는 직무·능력·성과 중심으로 개인을 평가할 수 있어서 능력에 따라 노동시장에서의 인력 이동도 유연하게 한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있어서도 NCS가 매우 중요하며, 이를 활용해 열린 노동시장이 되면 청년 일자리뿐만 아니라 중장년 재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NCS 기반의 역량중심 채용이 중장년 재취업에 어떤 도움을 주나?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의 취지는 ‘직원을 뽑을 때 직무와 무관한 학벌이나 어학 성적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지 말고, 일을 정말잘 할 수 있는지를 보자’다. 최근에는 여러 직무를 아우르는 일반 공채보다 직무별 채용이나 경력직 채용으로 변화되는 추세다.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의 핵심은 일을 잘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더 공정한 채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이 정착되면 중장년 재취업 환경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장년은 다양한 삶의 경험을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찾고 그에 맞는 능력을 길러왔다.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은 이 같은 중장년의 특징을 잘 살려줄 수 있다. 또한, 점진적으로 NCS의 활용 범위가 승진과 배치 등 인사관리뿐만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까지 확대되면, 기존 호봉제에서는 쉽지 않았던 임금피크제와 유연근무제 등 유연한 고용형태의 도입이 쉬워져 중장년이 취업하기 더 좋은 환경으로 바뀔 것이다.”

-산업인력공단에서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사업은?
“2013년에 45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2개월(200시간) 과정의 중장년 취업아카데미 사업을 시작했다. 베이비부머 등 중장년의 대량 퇴직과 저출산·고령화로 핵심 노동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장년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시행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주된 훈련 내용은 △생애 재설계 멘토링 △기본역량 강화교육 △기업·맞춤형 취업훈련 등이다. 올해는 지난 2년간의 운영결과를 바탕으로 개선사항을 보완해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4월에 운영기관을 선정한 후 5월부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사업을 위해 국내 및 해외사례 조사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중장년 취업아카데미사업의 지원체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공단 창립 33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있는 박영범 이사장./제공=한국산업인력공단
-중장년 직업훈련 교육 활성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대부분의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가 은퇴 후 주로 △운수업 △숙박 △음식업 등 비교적 창업이 쉬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약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5.8%보다 2배 정도 높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재취업의 어려움으로 시장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자영업 등에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창업에서 폐업 그리고 재창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다.”

그는 정부의 고용정책이 중장년층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정부 고용정책 수립에 있어 중장년층에 관해서도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직업교육기관 등을 통해 중장년 맞춤형 훈련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들이 중장년의 실제 취업과 어느 정도 연계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또 훈련분야가 중장년 재취업에 적합한 분야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은퇴 시점에 있는 자사 근로자들에 대한 재취업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 또한 은퇴자의 자발적인 퇴직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제도적 지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중장년층이 관심을 두고 있거나 많이 응시하는 국가자격은?
“중장년층의 재취업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퇴직 후 경력개발을 위해 직업훈련과 자격증 등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 ‘2014년 국가기술자격’ 수험자 기초통계를 보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토목 △건축 △소방 △전기 △한식조리 △직업상담사 △임상심리사 등의 자격을 선호하거나 많이 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경비지도사 △공인중개사 △청소년상담사 같은 전문자격에도 중장년층의 관심이나 응시가 많다. 50대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의 비율은 2011년 4.6%에서 2012년 7.3%, 2013년 8.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보다 남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노동시장에서는 청년과 중장년이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시대에는 중장년층도 지속해서 자기역량을 재개발하고 개인의 수준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적인 경력진단을 통해 생애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산업인력공단 비전은?
“최근 창립 33주년을 맞아 ‘사람과 일터의 가치를 높여주는 인적자원 개발·평가·활용 지원 중심기관’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새 비전은 산업인력공단이 가치를 제공할 대상을 ‘사람과 일터’로 명확히 하고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위해 이들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의미다. 공단은 비전 달성을 위해 △지역산업현장 중심의 인력 육성체계 구축 △국가직무능력표준자격의 효과성 및 건전성 제고 △글로벌 인재관리 및 한국형 인적자원개발(HRD) 모델 확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선진 경영시스템 구축 등 4대 전략목표를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