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정몽구·정의선 ‘역할분담’ 으로 현대차그룹 미래 준비

정 회장, 현대건설과 현대파워텍 등 그룹의 안정적인 기반 구축
정 부회장, 현대제철 등 차세대 성장 동력 강화 매진

강태윤 기자|2015/04/06 06:00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전략적 역할분담을 통해 그룹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 대표이사로서 그룹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 등 차세대 핵심 계열사 등기임원으로서 성장 동력 강화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밖에도 정 회장은 현대건설과 현대파워텍의 등기임원으로 그룹의 안정적인 기반 구축에 힘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그룹의 모태 기업으로 그룹에 차지하는 위상이 남다른 계열사다. 정 회장은 2010년 11월 현대건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했었지만 이듬해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되찾는 저력을 발휘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성장동력 확충과 적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이 경영을 직접 챙기면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어려운 건설 경기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영업이익률은 5.7%로 대우건설(4.1%)·대림산업(3.1%)·삼성물산(2.22%) 등 동종업체보다 높았다.

현대파워텍은 현대차그룹의 ‘2020 연비 향상 로드맵’ 달성의 중추가 되는 변속기 전문 기업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약점으로 꼽히던 연비문제 해결을 위해 2020년까지 전 차종 평균 연비를 25% 향상시킬 것을 지시했다. 현대파워텍은 전륜6속과 후륜8속 변속기의 전달효율을 개선하고 현재 8속이 최대인 후륜 변속기도 다단화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현대엔지비의 등기임원으로서 사회공헌활동과 인재양성에도 힘 쓰고 있다. 현대엔지비는 산학협력 전문기업으로 온라인 산학공모 시스템인 ‘오아시스’를 통해 자동차 미래기술과 디자인 등을 발굴하고 있다.

정 회장이 그룹의 허리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면 정 부회장은 성장 동력 확장을 위한 경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2년부터 현대제철 상근 이사로 재임 중이다.

현대제철은 정 회장이 당진공장 건설 당시 많게는 1주일에 2~3차례씩 현장을 찾아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곳이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관제철소 완공 등 경영 상태가 정상 궤도에 오르자 지난해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정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기업 인수를 통해 사세 확장에 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동차용 특수강을 생산하는 동부특수강을 인수했고 이번달 선박용 엔진과 석유화학 설비용 단조부품을 생산하는 SPP율촌에너지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자동차용 철강재를 판매하는 현대하이스코와 합병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해외스틸서비스센터와 차량경량화라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사업부가 추가돼 현대제철의 기본 체력이 강화될 거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의 비상근 이사도 맡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자동차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시스템 구축과 운영부터 현대건설 등 계열사의 시스템통합(SI) 사업 등을 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기업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와 보안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그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