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곽희주, 푸른 날개를 다시 달다

[황보현의 리얼풋볼 K] 15개월만에 수원복귀..'레전드의 귀환' 수원, 베테랑의 힘 기대

황보현 기자|2015/04/07 13:31
프로축구 수원삼성의 베테랑 수비수 곽희주가 돌아왔다.

곽희주는 수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다. 파란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멀고 먼 길을 돌아왔다. 2년만에 친정팀에 돌아온 곽희주는 환하게 웃었다.
선수가 아닌 플레잉코치라는 새 직함이 어색할법도 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곽희주는 2003년 수원의 1대 감독인 김호 전 감독의 선택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K리그 2회 우승 (2004년, 2008년)과 K리그 1회 준우승 (2006년), FA컵 1회 우승 (2009년), FA컵 1회 준우승 (2006년) 등에 큰 힘을 보탰다.

이후 수원의 주전 붙박이 수비수로 자리 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활약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팀에 새로 부임한 차범근 감독의 신임을 얻어 2009년에는 주장으로 선임됐다.

공교롭게도 곽희주는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 어릴적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오른쪽 눈의 시력도 좋지 않지만 이를 모두 극복하고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성장했다.

수원 유스에게 곽희주는 롤모델이었다. 현재 수원의 중앙수비를 맡고 있는 민상기는 매탄고 시절 곽희주를 보고 꿈을 키웠다. 프로에 올라가면 곽희주와 함께 경기에 나서는 상상을 했다.

2013년 꿈이 현실이 됐다. 하지만 1년만에 곽희주는 팀을 떠나야만 했다.

수원은 모기업의 긴축 재정을 언급하며 곽희주에 대폭 삭감된 연봉을 제시했다. 연봉이 곧 능력인 프로 세계다. 곽희주는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면서 계약할 수는 없었다.

가족이 눈에 밟혔다. 곽희주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였다. 결국 그는 2013 시즌이 끝난 후, 11년 동안 뛰었던 수원과 결별했다.

그를 원한 K리그 구단은 많았다. 하지만 곽희주는 모두 거절했다. 수원이 아닌 다른 팀에서 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해외 팀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때 J리그 2부 소속인 FC 도쿄가 그에게 입단 테스트를 제의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축구를 관둘 수 없다는 생각에 축구화 끈을 동여맸다. 그리고 2014년 4월 FC도쿄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도쿄와 계약을 해지한 후 카타르 리그의 알와크라에 입단했다. 이 곳에서도 기대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 구단은 급여 문제로 속을 썩였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곽희주는 수원의 부름을 받고 15개월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수원에서 줄곧 달았던 29번의 유니폼을 다시 집어 들었다.

수원 팬들은 그의 귀환을 환영했다. 올 시즌 수비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수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 어떤 선수도 곽희주만큼 수원팬들에게 사랑받았던 선수는 없었다.

실력과 클럽에 대한 충성심이 지금의 곽희주를 만들었다. 그의 왼쪽 팔목엔 수원의 엠블럼 문신이 새겨져 있다. 수원은 자신의 심장이라고 입버릇 처럼 말한다.

“수원은 내 청춘을 다 바친 곳이다. 이 곳에서 가족을 만들었고 모든 것이 다 여기 있다. 마지막으로 우승 타이틀을 달고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