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비싸도 로얄층 아니어도 재건축·재개발 인기

"이미 생활 인프라 잘 갖춰진 입지·가격상승 기대감도 한몫"

홍선미 기자|2015/05/05 10:40
지난해 9월 분양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2회차’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손님들. /제공=대림산업
분양 훈풍을 타고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조합원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은 경우가 많고, 일반분양 아파트에 비해 좋은 동과 층을 배치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 아파트는 주변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집값 하락 가능성이 낮다는 점 때문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의 기대심리가 기존 분양 단지들보다는 높다는 설명이다.

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재개발·재건축 공급계획 물량(기분양 포함)은 총 46개 단지, 4만4271가구로 전체 공급물량(5만2101가구)의 85%를 차지한다.
공급물량은 많지만 이 중 일반분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작년 37.7%였던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일반분양분은 올해 32%(전체 5만2101가구 중 1만4166가구)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는 전국 평균 39.4%를 밑도는 수치다.

올해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옥수제13구역 재개발 단지 ‘e편한세상옥수’는 총 1976가구 중 일반분양분이 5%에 불과한 114가구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6구역을 재개발하는 ‘해운대자이2차’가 총 813가구 중 60%인 490가구를 일반에 공급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이미윤 부동산114 연구원은 “수도권은 용적률 상향 제한과 임대의무공급 비율 규제까지 적용받다 보니 지방보다 일반분양 비중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분양분이 적다는 것은 일반 청약자가 로열층(20층 기준 9층 이상)에 배치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조합원들이 선점한 후 남은 동·호수를 일반분양으로 배정하기 때문에, 이들 물량 상당수는 저층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분양한 ‘아현역 푸르지오’는 총 940가구 중 315가구를 일반분양했는데, 9층 이상의 일반분양은 29%에 불과한 92가구였다.

분양가 역시 일반 아파트에 비해 비싼 편이다. 일반 분양물량의 가격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반포동 신반포 한신1차를 재건축하는 ‘아크로리버파크 2회차’ 전용면적 112㎡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어서 분양가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럼에도 청약경쟁률이 71대 1에 달했다. 서울 성동구 금호13구역을 재개발하는 ‘신금호파크자이’ 전용 59㎡는 5억7000만원(3.3㎡당 평균 2339만원) 수준으로 인근 시세보다 8000만원 가까이 비쌌지만, 7가구 모집에 593명이 청약해 8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지 외에 교통·생활 인프라를 잘 갖춘 단지 자체를 찾기 어렵고, 경기도 택지지구도 무주택 세대주(혹은 세대원), 청약통장 장기 가입자 등에 유리한 청약환경이기 때문에 새집으로 교체하려는 유주택자의 접근이 쉽지 않다”면서 “정비사업지 상당수는 생활여건이 잘 갖춰진 지역으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도 많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