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입에 오르는 ‘모욕죄’…무엇이 문제?

김현아 기자|2015/05/06 06:00
사진=pixabay
“어이가 없었죠. 온라인상에서 일종의 대명사가 된 단어(일베충)를 사용했다고 77명에게 무더기로 합의금을 내놓으라니요. ‘모욕죄’에 법률적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유덕씨(36)는 세월호 관련 국민의 반응에 대해 ‘미개하다’라는 취지의 글을 쓴 한 누리꾼에게 ‘일베충이다’는 댓글을 올렸다가 모욕죄로 기소돼 50만원 약식 명령을 받았지만,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정식재판을 요청했다.

동시에 김씨는 ‘모욕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했다. 관할법원인 서울북부지법은 오는 29일 이후 위헌심판 제청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하면 김씨는 직접 헌재에 형법상 모욕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형법 311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인에 대한 비방 행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처벌조항이지만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헌재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두 5건의 모욕죄 관련 사건이 있었다. 그중 전원재판부에 넘겨진 3건 중 2건은 ‘합헌’ 결정이 났고 나머지 1건은 심사요건 불충분으로 각하됐다.

2009년 방모씨가 낸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서는 재판관 9명이 모두 ‘합헌’에 손을 들었다. 또 2012년 6월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들은 5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위헌 의견을 낸 박한철, 김이수, 강일원 세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모욕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혐오스러운 욕설 외에 현실 세태를 빗대어 우스꽝스럽게 비판하는 풍자 해학, 정중한 표현으로 비꼬아서 하는 말,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까지 규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제혁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 침해 외에도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데 동감한다”며 “법조항의 삭제보다는 기준을 구체화해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다만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대규모 고소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