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활보, 병원·보건당국 안일한 대처 탓?

신종명 기자|2015/06/05 00:39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환자가 서울시내를 활보한 것은 보건당국과 병원측의 안일한 대처가 한 몫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방역당국은 메르스 환자에 대한 정보를 자치단체에 알리지 않는 등 방역체계 정비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강남 모병원은 지난달 27일 의사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4번 환자와 접촉한 사실을 알고 환자를 돌보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이러한 사실을 보건당국에 알렸으나, 보건당국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또한 환자 접촉 외에 A씨의 대외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실제 시는 A씨의 동선을 파악학 결과 30일과 31일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내에서 메르스가 번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 위험성을 알고 방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또 30일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가든파이브에서 식사를 하고 양재동 L타워에서 열린 재건축조합 총회에도 참석했다. 총회에 모인 인원은 재건축 조합원 등 1565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가 메르스 환자와 접촉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격한 격리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교 교수는 “환자와 접촉이 많은 의사들은 메르스 감염 위험에 많이 노출돼 있다”며 “보호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메르스 환자와 접촉 사실이 발견되면 일반인보다 엄격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지난 1일 A씨에 대해 35번 환자라고 판정했음에도, A씨의 이동경로는 물론 접촉한 시민에 대한 정보를 시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는 A씨의 이동경로를 찾아 추가적인 감염을 막아야 하는데, 보건당국으로부터 A씨가 누구를 접촉했는지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은 “확진 환자의 동선에 수 많은 시민들은 메르스 감염에 노출돼 있다”며 “시는 인구가 많고 접촉이 빈번해 시는 전국 기준보다 강한 장치로 메르스 확산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중앙정부는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등 미온적”이라며 “시는 환자의 동선파악을 실시하는 등 감염 예방을 위해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