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미운 오리’ 금융 계열사 구조조정 가속화
김보연 기자
2015/06/16 06:00
2015/06/16 06:00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으로 그룹 내 ‘미운 오리’였던 금융 계열사들을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합병은 매각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분산돼있는 금융계열사를 합병한 후 재정비를 통해 가치를 높여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다.
기업 파이낸스 업무를 맡고 있는 현대기업금융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하는 등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벤처기업의 창업투자를 맡고 있는 현대기술투자 역시 매년 실적이 감소하고 있다. 2011년 53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6억원을 기록하며 3년새 70% 급락했다.
선물 등 파생상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현대선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1년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적자 전환하며 매년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사내 핵심 부서인 리서치팀까지 해체하는 등 실적 부실 여파가 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업금융과 하이투자증권의 합병이 가장 유력하다고 분석한다. 현재 현대기업금융은 현대기술투자(68.38%)와 현대선물(65.22%)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합병할 경우 계열사를 수직계열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이투자증권과 현대선물의 소규모 합병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대선물이 담당하고 있는 파생상품 영업이 하이투자증권에 더해질 경우 업무 확장 등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술금융과 현대기술투자를 통합해 ‘기술금융’ 부문의 역량 역시 강화할 수 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그룹의 금융계열 3사는 자산규모가 4457억원, 합산 매출액이 844억원에 불과해 통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산 6조원 규모의 하이투자증권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전개될 경우 시너지 확보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합병 후 재정비를 통해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주력 산업인 조선업의 불황이 계속되며 지난해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그룹이 굳이 비주력 금융사업에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향후 매각을 위한 손질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008년 인수 이후 지난 11일 발표한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포함,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하이투자증권에 수혈해왔지만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7040억원에 인수했던 7년 전과 비교해 하이투자증권의 현재 장부가치는 7260억원으로 가치 상승이 미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