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협상안 타결하면 내부 반발, 비타결시 외부 반발...고심 깊어지는 메르켈
김유진 기자
2015/07/09 11:06
2015/07/09 11:06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독일 언론을 인용해 독일 대연정을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의원 311명 중 100명 이상이 그리스와의 협상에 반대한다며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힘든 싸움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들이 대연정에 참여한 사회민주당(SDP) 의원 193명과 합심해 연방하원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그리스 협상안을 부결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사당 부대표 한스-페터 프리드리히도 집권당에서 그리스 3차 구제금융에 동조하는 의원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 “그런 사람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론 또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 우호적이지 않다. 독일 n-tv가 8일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자 92%가 그리스 3차 구제금융에 반대했다.
집권당에 대한 지지도는 일주일 전보다 3.5%포인트 오른 43%였으나 그리스 협상결과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정신 없었던 며칠 이후 (독일에서) 회의론이 커졌고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사태로 인한 반발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이어 “총리가 그리스 3차 구제금융에 동의한다면 국내에서의 반대표를 예상해야 한다. 이 반대표는 메르켈 총리에 대한 반대가 될 것이고 반대표가 많을수록 총리의 정치적 타격은 커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가 ‘돈을 갚아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로, 영국 BBC 방송은 8일 “독일 내부에선 차라리 그리스를 유로존 밖으로 걷어차라는 요구가 많아 메르켈 총리로서도 움직일 여지가 별로 없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그리스가 파산하면 인도적 지원금을 줄 수 있어도 빚을 탕감해줘선 안 된다는 게 독일의 원칙”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게 돼도 메르켈 총리에게는 큰 타격이다. 메르켈의 가장 큰 업적은 ‘유럽 통합’으로 ‘유럽 대통령’으로까지 불리고 있지만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이 되면 지난 10년의 노력도 물거품이 된다.
반면 유로존 분열을 원치 않는 미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연일 협상 타결을 위해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줘야 한다고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메르켈 총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2월 연방하원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4개월 연장안을 표결할 때도 CDU-CSU연합 의원 311명 중 29명이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그리스는 9일 개혁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12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자금 지원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