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경영권 승계 핵심 12개 ‘L투자회사’ 장악
박성은 기자|2015/08/06 16:30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지배하면 한국 롯데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셈이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에 이어 한국 롯데그룹도 자신의 세력 아래 두게 돼 사실상 한·일 롯데그룹 전체를 손에 움켜쥔 것으로 파악된다.
6일 일본 법무성이 발급한 L투자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회장은 6월 30일 L투자회사 10곳(1·2·4·5·7·8·9·10·11·12)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7월 31일자로 대표이사로 등기됐다.
지난달 30일까지 12개의 L투자회사 중 9곳(L1·2·3·7·8·9·10·11·12)의 대표이사는 신격호(일본명 重光武雄 시게미츠 타케오) 총괄회장이, 나머지 3곳(L4·5·6)의 대표이사는 츠쿠다 다카유키(佃孝之·72)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맡고 있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새로 등재되면서 L제1·2·7·8·9·10·11·12투자회사의 대표이사는 신격호 대표이사 체제에서 신격호·신동빈 2인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L제4·5투자회사는 쓰쿠다 사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신동빈 회장 1인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올해 1월 L제4·5투자회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L제2·7·8·9·10·11투자회사의 이사직에서도 해임된 것으로 파악됐다.
등기부 상 신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일은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6월 30일로 기재돼 있다. 이는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7월 16일 이전에 이미 L투자회사 대표로 선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한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한 것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으로부터) 회사를 탈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등재작업이 신 총괄회장의 동의여부가 있었는지 파악되지 않아 향후 법적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L투자회사에도 이사진이 있는데 이사회 결정에 의해서 선임됐다고 하면 (향후 법적 논란) 문제는 없다”면서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 오른 것은 맞지만 그 외에 신 총괄회장의 동의가 있었는지 지난달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취임 이전에 사전작업이 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L투자회사는 호텔롯데 뿐만 아니라 부산롯데호텔 지분도 46.54% 갖고 있다. 각 법인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최대주주는 롯데홀딩스지만 이를 합치면 롯데홀딩스보다 지분이 많다. 롯데로지스틱스는 45.34%, 롯데알미늄은 34.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다. 롯데물산은 L제3투자회사가 4.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롯데푸드는 L제2투자 회사가 4.34%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