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슬림 차별의 상징이 된 ‘아흐메드’에게 “미국의 미래는 너의 것”

이미현 기자|2015/09/17 15:02
미 텍사스주 댈러스 어빙에서 기자회견 중인 아흐메드 모하메드. 출처=/연합뉴스, AP
집에서 만든 시계가 폭탄으로 오인받아 체포·수감당한 14세 무슬림 학생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 전반에 퍼진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혐오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위성도시 어빙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단 이민자 가정 출신 아흐메드 모하메드(14)는 집에서 직접 만든 시계를 자랑하려 학교에 가져갔다가 지난 14일 체포된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학교에서 로봇 조립에 특기를 보인 아흐메드는 필통을 이용해 만든 시계를 기술 교사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기술교사는 칭찬했으나 우연히 시계를 본 영어교사는 “폭탄 같다”고 의심했다.
이는 교장과 경찰에게까지 보고가 됐고 “폭탄이 아니라 시계일 뿐”이라는 항변에도 소년은 수갑을 차고 체포돼 청소년 유치장에 갇혔다가 부모가 온 뒤에야 풀려났다.

경찰은 끝까지 ‘가짜 폭탄’ 제조 혐의로 기소를 고려하다 17일에 이르러서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아흐메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선생님들에게 내가 무엇을 할 줄 아는지 보여주고 싶어 시계를 만들었다. 선생님이 내 의도를 잘못 받아들여 슬프다”고 말했다. MIT에 가고 싶다는 아흐메드는 전학을 고려중이다.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는 아흐메드를 지지한다는 해시 태그(#IStandWithAhmed)가 10만번 이상 리트윗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피니언란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믿기 힘든 사건”이라며 “시계는 폭탄이 아니다, 미국의 뿌리 깊은 차별이 미국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판했으며, 영국 가디언도 칼럼란에 “아흐메드 사건은 미국 내 무슬림이 처한 편견을 드러낸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매체는 “우리의 아이들을 이슬라모포비아로 인해 상처받게 놔두면 안된다. 아흐메드와 같은 아이들이 미국의 미래”라고 호소했다.

미국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사건의 부조리함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흐메드, 시계 멋진데!”라며 백악관 초청의사를 밝혔다. 이어 “다른 아이들도 너처럼 과학에 관심을 가지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런 정신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격려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와 청년들이 만나는 행사에 모하메드를 초청했다며 “이번 사례는 적어도 모하메드의 몇몇 선생님들이 잘못된 행동을 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페이스북에 “기술과 야망을 지니고 멋진 것을 만드는 작업은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지 체포당할 일이 아니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미래는 아흐메드와 같은 이들의 것”이라며 아흐메드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