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파워]속도내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현대차 지주사 올라서나
김보연 기자|2015/09/30 06:00
특히 정 부회장이 그간 지주사 체제의 주축으로 관측돼 온 현대모비스가 아닌 현대차 지분을 매입한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향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대차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현대차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최근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1조원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관측해 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장 마감 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주식 440만주 가운데 316만4550주를 약 5000억원에 사들이면서 현대차 지분 1.44%를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인수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기존 시나리오와 달리 현대차를 인적 분할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경우 재무적 부담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 정점으로 올라갈 경우 증손회사가 많아지는 부담이 있다”며 “증손회사의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지주사가 될 경우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증손회사가 되기 때문에 추가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이 밖에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합병 후 인적 분할된 현대차의 지주사와의 추가 합병을 진행, 기존 증손회사를 손자회사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매입은 지주회사 축에 대한 옵션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여전히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의 합병 시나리오는 유효하지만, 두 업체가 동시에 정점에 서는 방법도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정 부회장의 지분 매입 전일 이뤄진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매입 결정 역시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사주 매입 전 오너일가와 현대자동차 그룹이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 비중은 32%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으로 1%를 추가로 사들이면 인수합병 법률상 필요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이라는 요건을 만족하게 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는 향후 원샷법 통과시 주식스와프에 활용될 수 있다”며 “규모는 작지만 시기상 현대모비스의 1% 자사주 매입에 이어 대주주의 핵심 계열사 지분 매입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 부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차 1.44%, 기아차 1.74%, 현대엔지니어링 11.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