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성폭행했다’…남편 강간 법적 쟁점은?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여성이 남성 강간할 수 있는지가 쟁점
임유진 기자|2015/11/03 09:39
앞서 검찰에 따르면 아내 심모씨(40)는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에 남편 박모씨(37)를 29시간 동안 가두고 사지를 청테이프로 결박한 채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감금치상·강요·강간)로 구속기소됐다.
우선 성폭행의 성립여부가 문제다. 통상 강간은 폭력이나 협박 등 불법적인 수단으로 행하는 성행위를 일컫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이 남성을 강간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심씨가 남편을 오피스텔에 가둔 뒤(감금치상)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진술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녹음한 혐의(강요)에 대한 범죄 사실은 충분히 소명이 됐다고 보면서도 남편을 성폭행 한 혐의(강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생명의 위협을 느껴 어쩔 수 없이 성관계에 응했다”고 진술하는 점을 감안해 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남편 박씨가 강압에 의한 성관계를 했다는 점을 두고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가 강간죄의 입법 목적이기 때문에 설령 남성이라도 본인 의사에 반해 이뤄진 행위라면 강간죄가 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천일)는 “남편이 결박당하고 감금된 상황에서 아내가 강요한 정황, 묶여지는 과정에서 다른 남자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에서 항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며 “항거불능 상태에서 폭행과 협박에 의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것이라면 강간의 구성요건이 된다”고 밝혔다.
정재은 변호사(법무법인 세광)도 “남편의 입장에선 반항할 수 없었고 억압당한 상황”이라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인지 강제로 한 행위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2013년 5월 부부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 후 아내가 남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선 부부 간 강간죄를 악용해 이혼소송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아내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신모씨(62)에게 “아내가 우는 소리를 내며 성관계를 한 것은 형사고소 및 이혼소송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만들기 위해 연출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무죄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