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입김’작용했나…내년 TK예산 7000억 증액

조상은 기자|2015/11/05 06:00
내년도 예산안 심사 정국이 막을 올린 가운데 대구?경북(TK)지역 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으로 나타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입김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일 김윤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편성한 도로, 철도, 산업단지진입도로 등 주요 SOC사업 10조678억원 중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치면서 4225억원 증액된 10조4904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중 영남지역에서 총 7014억원의 예산이 늘었다.
특히 대구(3064억원)와 경북(2528억원)에서만 5593억원이 증액됐다. 이와 관련, TK를 포함한 영남지역 SOC 사업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게 특징이다.

김 의원의 분석 결과, 대구순환고속도로 예산의 경우 국고지원이 부처안 570억원에서 1692억원으로 1122억원 늘었지만 도로공사 증액분 2112억원까지 포함하면 실제 3377억원이 증액됐다.

반면 충청과 호남지역 예산은 각각 1391억원, 569억원 줄었다.

TK지역 예산 증액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이 때문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와 협의 과정에서 부처별 안이 조정됐는데 결과적으로 TK 예산이 엄청 늘었다”면서 “(기재부가)반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국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지역에 편중한 것은 문제다”라고 비판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최 부총리를 의식해 기재부가 밀어주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내년 총선용 선심성 예산 편성이라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김 실장은 “최 부총리가 국회 복귀를 앞두고 있어 (총선용 예산)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고, 경실련 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총선 관련 발언을 수차례 했기 때문에 선심성 예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정 교과서 사태로 국회 의사일정이 사실상 멈추면서 TK 예산의 부실 심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논란이 되는 예산에 대해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철저히 검토해 삭감해야 한다”면서도 “국회 파행으로 부실 심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재부 원안대로 ‘최경환 표’ TK 예산의 국회 통과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국회 선진화법에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예산안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2일이다. 바꿔 말해 12월 2일 지나면 정부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는 의미다.

이에 최 부총리가 ‘TK 예산 증액=총선용’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최 부총리 지역 관련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우려를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