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시대 생태계를 디자인하라

이승환 기자|2015/11/17 06:00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교수 겸 미래창조과학부 착용형 스마트기기추진단장
사물인터넷은 어려운 산업이다. 기술력이 확보돼야 가능한 산업이다. 특히 시장의 변화에 충실한 기업, 소비자의 빅데이터 변화에 충실하게 대응하는 기업들만이 실현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기술 융합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사물인터넷이 시장과 쉽게 만나지 못하는 건 기업들이 이런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 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기업의 가치는 곧 시가총액이다. 구글은 시가총액 400조를 넘어 세계 3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이 구글 글라스다. 구글글라스는 시제품 출시만으로 단순히 검색포털기업으로 인식됐던 구글의 이미지를 벗겨냈다. 미래 정보기술(IT) 라이프를 선도하는 혁신적 기업으로 인식되며 100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자본으로 네스트랩을 인수하고 사물인터넷 산업의 실질적 주역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실적에 고무돼 도전한 분야가 바로 무인자동차다. 구글글라스와 무인자동차는 대표적인 사물인터넷 제품이다. 검색 플랫폼에 머물던 구글이 IT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혁신적 플랫폼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사물인터넷 제품이 활용됐다는 의미다.

이를 벤치마킹한 기업이 아마존이다. 인터넷 서점에 머물던 아마존은 드론 택배라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고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온라인유통업의 플랫폼으로 성장한 건 물론이다. 드론·비콘 등 사물인터넷 제품이 아마존을 온라인마켓의 플랫폼으로 성장시켰고 이에 힘입어 아마존은 올해 처음 월마트를 누르고 시가총액 320조원의 세계최고 유통기업으로 우뚝 섰다.

급성장중인 기업들의 성공비결은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클릭수’를 얻어내며 각 분야의 플랫폼 자체가 된 것이다. 그들의 대표적 플랫폼 성장전략은 바로 사물인터넷 이용과 이에 기반한 상생의 생태계 육성이다.

현재 세계최고가치의 기업은 시가총액 810조원의 애플이다. 주력상품이 4~5개에 불과한 애플이 이렇게 공룡 같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상품의 기술적 경쟁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구축한 앱스토어 생태계는 이미 5만여개의 기업이 상생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아 지속적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최근 사물인터넷 산업이 성장하면서 애플스토어(applestore.com)가 새로운 생태계 육성의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스토어에서는 애플 제품외에 약 5000여개의 애플 제품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 중 95%가 벤처기업 제품이다. 최근 급성장한 드론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이 플랫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착용형스마트기기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가장 인기있는 스마트밴드 11종을 구입했다. 모두가 아이폰용이었고 단 2개만이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애플스토어라는 소비자 중심 판매 플랫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것이 ‘810조’라는 미래 기대치의 비밀이다.

사물인터넷 산업을 육성하려면 소비자와의 소통을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생태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들이 협력하며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것, 그것이 소비자가 권력자가 된 현재의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비결이다.

이제 기술만 개발하면 소비자는 사줄 것이라는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비자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한다.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한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반면 기술에만 집착한 일본의 IT 기업들이 침몰한 냉정한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중국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제조업 육성의 집착에서 벗어나 플랫폼으로 성장한 5대 잠룡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샤오미를 집중 육성하고 1억 개의 벤처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을 보라. 그들이 얼마나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물인터넷은 단순한 기술 산업의 한 분야가 아니다. 변하지 않으면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의 전환점에 서 있는 우리나라 산업계에 던져진 도전장이다. 역사적 위기마다 변화에 응전했던 대한민국의 DNA가 이제 대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