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뿔났다…인터넷 불만 글 명예훼손 가르는 기준은?
"불만 제기 폭넓게 허용되더라도 허위사실 기재는 불법"
임유진 기자|2015/11/29 16:22
#유아용 학습교재를 115만원에 구입한 주부 윤모씨(29·여)는 이듬해에 개정판이 나오는데 분개해 블로그 등에 ‘영업사원 B씨가 일부러 속이고 판매해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수차례 올렸다. B씨는 “윤씨가 인터넷 사이트 등에 지속적으로 글을 게재하는 바람에 영업사원으로 더는 일할 수 없게 됐다”며 손해배상을 제기했고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제품이나 판매자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렸을 때 명예훼손죄로 처벌되는 기준은 무엇일까?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게재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비방할 목적’과 공공연하게 이야기 한다는 ‘공연성’ 등 세 가지가 인정돼야 한다.
법원이 안경을 구입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도 그가 ‘비인기 물품을 좋은 모델로 과대 포장해 카페에서 경매로 넘긴다’는 글을 작성한 것이 허위사실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학습용 교재를 산 윤씨의 경우 추측만으로 B씨가 개정판이 나올 것을 알면서 교재를 판매한 것처럼 글을 작성했고, 블로그 글을 보는 지인이 다수라는 점을 비춰보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다소 거친 표현이 포함돼 있더라도 제품 후기를 올린 목적 자체가 비방에 있지 않고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이 외에도 △글 게시 경위 △해당 사이트 개설 목적 △공표 범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인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김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창)는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이나 비방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된 평가 글이라도 소비자의 권리가 인정돼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익적인 목적이 있다면 위법성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