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대우조선해양, 올 연말 격려금 주식으로 지급

홍정원 기자|2015/12/10 15:02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이 올 연말 격려금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예고된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약을 받고 있다. 청약을 신청한 직원은 연말 격려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게 된다. 본사 사옥은 물론 보유 중이던 헬리콥터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백억원 이상의 현금을 일시에 지급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은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청약 후 1년간 매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반 강제나 다름없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10일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우리사주조합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에 대한 청약을 받고 있다. 2015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결과 올 연말까지 지급해야 할 격려금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임단협을 통해 △기본급의 250% △교섭 타결 격려금 130만원 △무사고 달성 격려금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은 생산직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100%+230만원을, 사무직 직원들에게는 130만원을 지급한 상태다. 생산직 직원들은 기본급의 150%를, 사무직 직원들은 기본급의 250%+100만원을 더 받아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전 직원 약 1만3000명 중 생산직은 7000여명, 사무직은 6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직급·성과 등에 따라 기본급 규모는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치 210만원을 단순 대입해볼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연말까지 약 6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자산 5887억원의 10%가 넘는다. 원화표시 단기차입금 4465억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말까지 6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격려금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은 지난달 16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노사합동 대토론회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유동성 위기에 겹쳐 11월 9일 격려금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이 나서 각 업무부서별로 동의서를 취합했다.

청약 신청은 자율적으로 진행됐지만 참여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주당 2만원까지 하던 주가가 5000원을 밑도는 등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청약 후 1년간 매도가 제한되는 보호예수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반 강제적인 떠넘기기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한 직원은 “회사에서 격려금을 현금으로 받을지 주식으로 받을지 의사를 묻고 있다”며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데 1년간 팔지도 못하는 주식을 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불만은 많지만 다들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고 하소연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노사 대토론회를 통해 우리사주조합이 격려금을 주식으로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고통을 함께 분담해 조기에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