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보다 나쁜 인도-파키스탄 관계 해빙무드, 배경은

인도 외교장관, 파키스탄 총리 예방에 총리 가족 4대 참석...양국 테러 척결, 경제통상협력 강화 등 공동성명 발표

하만주 기자|2015/12/10 14:23
수슈마 스와라지(Sushma Swaraj) 인도 외교부 장관과 사르타즈 아지즈(Sartaz Aziz) 파키스탄 총리 외교정책 보좌관이 9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인도·파키스탄 관계가 해빙무드를 맞고 있다. 수슈마 스와라지(Sushma Swaraj) 인도 외교부 장관과 사르타즈 아지즈(Sartaz Aziz) 파키스탄 총리 외교정책 보좌관은 9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양자회담을 한 뒤 △테러리즘 척결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뭄바이 테러재판 조속한 종결에 대한 파키스탄의 협력 △안보, 국경지역 분쟁, 경제·통상 협력, 마약 통제, 인도주의 사안, 인적교류 및 종교 관광 등에 관한 포괄적 회담 진행 등을 포함한 5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아울러 스와라지 장관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내년에 예정된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에 참석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와라지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정책과 재건을 지원하기 위해 열린 ‘하트 오브 아시아’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인도 언론은 10일 이 같은 움직임이 양국 관계가 해빙무드에 들어간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 회담 분위기는 이를 뒷받침한다. 스와라지 장관과 아지즈 보좌관의 회담은 100분 이상,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예방은 1시간 동안 각각 진행됐다. 특히 샤리프 총리 예방 때는 딸을 포함해 총리 가족 4대가 함께 했고, 영어·우르두어(파키스탄 공용어)·펀자브어 등으로 대화하는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양국은 2008년 166명이 사망한 뭄바이 테러 이후 지금까지 냉각기를 유지해 왔다. 인도 정부는 테러범이 파키스탄인이고 파키스탄에서 계획·실행됐다며 테러단체 척결과 테러범 신병 인도를 요구했지만 파키스탄의 협조를 얻지 못했다.

이후 2013년 5월에 취임한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1년 후 모디 총리의 취임식에 참석하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 두 총리는 다자 정상회의에서 여러 차례 별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관계 정상화를 모색해 왔다. 특히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유엔기후변화 총회에서는 두 총리가 손을 맞잡고 회담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 6일 태국 방콕에서 양국 안보보좌관 회담이 성사되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양국 관계의 해빙무드는 파키스탄이 테러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하면서 인도 측의 신뢰를 얻기 시작한 것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방콕 회담에 이어 샤리프 총리가 뭄바이 테러 재판에 대해 협조를 약속한 것이 ‘신뢰’ 구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와 무역·통상 협력을 촉진하려는 모디 정부의 정책 기조도 파키스탄에 대한 인도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

스와라지 장관은 ‘하트 오브 아시아’ 회의에서 “지금은 양국이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성숙함과 자기 확신을 보여주고, 역내 무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면서 “전 세계가 변화를 기다리고 응원하고 있다. 실망시키지 말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