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의 조용한 ‘플랜트산업협회장 사임’...왜?
홍정원 기자
2016/02/01 06:00
2016/02/01 06:00
요란한 이임식도, 뒤이은 신임회장 취임식도 없었습니다. 염동관 부회장이 최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 1년이 다 돼가도록 신임회장을 선출하지 않았습니다. 협회 홈페이지에 공란으로 남겨진 회장 사진과 서명이 ‘휑’해 보입니다.
플랜트산업협회가 2003년 출범했으니 협회 역사의 절반을 함께한 최 회장입니다. 그런 최 회장의 퇴진이 이토록 조용히 이뤄진 까닭이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최 회장의 복귀를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역으로 계시는 분이 협회장을 하시면 오히려 저희는 좋은데”라는 말도 했습니다. ‘정관상 겸직이 금지돼 최 회장이 사임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현역으로 계시는 분’이라는 표현이 묘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마치 ‘최 회장이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2월 27일 플랜트산업협회 제3대 회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2월 27일 정기총회까지 만 6년간 플랜트산업협회를 이끌어왔습니다. 이 기간 최 회장은 플랜트산업성장 포럼, 한-아프리카 산업협력포럼 등 중요 포럼을 개최하고 아프리카·아시아 국가에 조사단·사절단을 보내는 등 플랜트 외교를 성공적으로 지두지휘 했었죠.
협회장직을 내려놓은 뒤 그는 공언대로 현대중공업의 체질개선에 매진했습니다. 그룹 계열사 전 사장단과 함께 솔선수범, 급여 전액을 반납하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조선 3사 영업조직을 통합해 ‘선박영업본부’를 출범시켜 업무중복을 최소화했습니다. 또 해양사업본부와 플랜트사업본부를 통합, ‘해양플랜트사업본부’로 개편해 해양 분야의 원가절감과 설계 역량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그룹선박AS센터’를 신설해 부가가치 창출에도 나섰죠.
최 회장의 ‘올인’에 힘입어 현대중공업은 현재 9분기만의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본궤도에 올라서면 최 회장도 다시 협회장직에 복귀하게 될까요? ‘현역으로 계시는 분이 협회장을 하시면 저희도 좋은데’라던 협회 관계자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