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나의 이름을 내건 최초의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 대표가 선보이는 '데스티니 차일드'
황대영 플레이포럼|2016/02/01 22:38
▲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
풍만한 곡선, 아찔한 노출 수위, 세련된 디자인 등으로 게임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형태 일러스트레이터가 신작 ‘데스티니 차일드(DESTINY CHILD)’를 개발하는 대표로 돌아왔다.
김형태 대표는 출판사를 거쳐 PC 패키지 게임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에서 그의 독특한 화법으로 게임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배재현 부사장과 8년간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한 온라인 MMORPG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에서 원화풍을 그대로 살려내 아트 디렉터(AD)로서 정점을 찍었다.
그는 아트 디렉터로 개발한 블레이드&소울이 2013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 中 텐센트와 퍼블리싱 계약 등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소로 이어지는 엔씨소프트의 주력 MMORPG 최신작을 기록하는 영예를 한 몸에 떠안았다.
그런 김 대표가 지난 2014년 1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홀연 엔씨소프트 퇴사 소식을 알렸다. 8년간 몰두한 블소의 아트 디렉터 직함을 내려놓는 것. 그 후 그의 행보는 늘 게임 업계의 이목이 쏠려있었고, 2014년 3월 모바일게임사 ‘시프트업’ 설립과 동시에 넥스트플로어와 협업을 진행한다고 밝혀 업계를 또 한 번 술렁이게 했다.
그럴만도 했다. 실력으로 업계에 이미 정평난 김 대표와 배우자인 ‘꾸엠’ 채지윤 일러스트레이터, 넥스트플로어가 한 팀으로 묶여 개발하는 ‘데스티니 차일드’.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은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디데이(Destiny's Day)’에서 처음으로 뚜껑을 열었고, 김 대표의 독특한 화법과 ‘라이브 2D(Live 2D)’ 기술이 어우러져 국내외 게이머들과 김 대표의 개인적인 팬들까지 기대작으로 선정하고 있다.
개발사 설립 후 불과 6개월이면 뚝딱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 개발기간이 벌써 2년째 접어들고 있다. 2월 첫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까지 앞둔 상황이라 초조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김 대표는 편안한 차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 엔씨소프트 블소 아트 디렉터를 떠나 시프트업 대표로 나서다
▲ 엔씨소프트 이후 행보에 대해 설명한 김형태 대표
김형태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떠난 시기는 그가 아트를 담당한 블소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한 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시점이었다. 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 이벤트 등으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나온 배경에 대해 궁금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깊숙히 들어온 질문에 김 대표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는 “8년동안 블소만을 위해 있었다. 하지만 블소에서 8년을 쏟아 부었는데, 다음 작품을 생각하니 10년? 그 이상 걸릴 것만 같았다”며, “온라인 MMORPG가 아닌 조금 라이트하면서도 원화를 살릴 수 있는 모바일게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당시 떠안고 있었던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이어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파이프라인은 대작에 집중되어 있었고, 개발기간이 길다는 점은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엔씨소프트에 남아서 해볼 것인지 나가서 해볼 것인지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결정을 엔씨소프트에서도 막지 못했다. 김 대표는 퇴사 직전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당시 전무)과 11시간 동안 단독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김 대표의 퇴사는 기정사실화 됐고, 엔씨소프트는 회사를 떠나는 김 대표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요청하라고 또 다른 인연의 끈을 남겨놨다. 엔씨소프트의 배재현 부사장은 김 대표가 설립한 시프트업에 자주 들리며 조언을 주고 받고 있는 사이다. 물론 SNS ‘얼굴책(FaceBook)’의 친구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풀린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 어디에도 계약되지 않은 그에게 게임 업계에서 수 많은 러브콜을 보냈다.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메시가 FA 선수로 나온 것. 김 대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오퍼가 들어왔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개인적인 작품을 몰입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그때 때마침 넥스트플로어의 김민규 대표가 찾아와 같이 모바일게임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가 엔씨소프트를 나와 첫 번째 도전작인 ‘데스티니 차일드’를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연히 아트 디렉터로 유명한 그가 실무자에서 대표로 변한 것에 궁금함도 많았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늦게까지 작업하고 와도 집에서는 쉬었는데, 지금은 집에와도 쉴 수 없다”며 “제작 방향에서 PD 역할까지 겸임하고 있으니 회사에서 실무를 볼 시간이 적다. 때문에 주말 혹은 퇴근 후 잠들기 직전까지 생각하고 실무를 본다”고 차이점을 웃으면서 하소연했다.
■ 김형태. 그의 이름을 새긴 작품 ‘데스티니 차일드’
▲ 김형태 대표와 '데스티니 차일드' 캐릭터
“그동안 다른 게임에 그림만 입혔을 뿐, 블소도 배재현 부사장님의 게임이다. ‘데스티니 차일드’가 게임 업계에서 김형태 이름을 새긴 첫 작품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두렵기도 하고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다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
시프트업과 넥스트플로어가 함께 개발한 ‘데스티니 차일드’는 스토리 중심의 수집 성장형 TCG로, 마왕 후보생 주인공이 각 캐릭터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서 그들이 가진 욕망과 싸우면서 얻는 ‘차일드(캐릭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 게임은 수집 성장형 TCG인 만큼 캐릭터 수집과 성장에 특히 비중을 높였다.
특히 ‘데스티니 차일드’는 게임 내 모든 일러스트가 움직이는 ‘라이브 2D’ 기술을 적용했다. 라이브 2D 기술은 일본에서 2012년에 발표한 신 기술로, 넥스트플로어의 ‘나이츠 오브 클랜’ 등 다양한 모바일게임들이 일부 채용했다. 하지만 게임 내 모든 콘텐츠에 이 기술을 100% 적용한 사례는 ‘데스티니 차일드’가 최초로, 김 대표의 미려한 2D 이미지에 하늘하늘한 움직임 효과가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 대표가 모바일게임 처녀작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문으로는 김 대표가 ‘데스티니 차일드’의 모든 콘텐츠에 라이브 2D 기술을 접목시킨다고 했을 때, 움직이는 인체 부위를 따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작업량이 대폭 증가해 관계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고 한다.
이 같은 라이브 2D 기술 적용에 있어서 김 대표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간 그가 여타 유명 엔진을 사용했을 때 일러스트와 괴리감이 발생했고, 일러스트를 움직였을 때 가장 그 느낌을 잘 보존할 수 있는 솔루션을 라이브 2D에서 찾았다. 하지만 라이브 2D의 퀄리티 편차 때문에 연체 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인체 움직임의 부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 부분은 테스트와 수정을 거쳐 최대한 개선한 모습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데스티니 차일드’는 500여 종에 달하는 캐릭터를 김 대표와 실력파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심혈을 기울이며 만들어냈고, 김 대표의 배우자 ‘꾸엠’ 채지윤 일러스트레이터는 107종의 캐릭터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 실력파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인 만큼 캐릭터 부분에서 차별화는 확연히 드러났다.
이 게임은 캐릭터의 스토리와 억눌러있는 욕망이 해방되는 성장에 따라 변하는 일러스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수집 성장형 요소가 더욱 살아났고, 게임 화면도 세로 모드를 채용해 김 대표가 중요시 여긴 캐릭터 묘사 부분을 특히 부각시켰다.
아울러 핵심적인 스토리 부분에 있어서 ‘스킵(SKIP)’하고 마는 대부분의 모바일게임과는 다르게 ‘데스티니 차일드’는 텍스트 배열부터 눈에 들어올 수 있게 구성했다. 잡다한 구어체 대화부터 친구의 SNS를 엿보는 듯한 느낌까지 캐릭터의 욕망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내면에 감춰진 관음까지 '콕' 찝어 살렸다.
김형태 이름을 새긴 모바일게임 ‘데스티니 차일드’는 오는 2월 중 CBT를 진행해 게이머들에게 첫 번째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테스트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용자들이 플레이하고, 캐릭터와 관련된 PvP 밸런스, 시스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지표를 수집해 플레이 사이클을 작성할 계획이다.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데스티니 차일드’는 굉장히 건전한(?) 악마의 이야기다. 기존에 없었던 아주 건전한(?)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CBT에서 게이머들에게 반응이 좋으면 파격적인(?) 그래픽 테스트를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의미심장한 멘트를 기자에게 전했다(볼 뻔했으나 아쉽게도).
▲ 친절히 미공개 캐릭터를 찾아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태블릿에 존재하지 않았다
▲ 데스티니 차일드의 전투 화면
▲ 이벤트 발생 일러스트
(이 기사는 플레이포럼(http://www.playforum.net) 황대영 기자가 보내준 것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