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표는 언어 전시장…영어 한자 불어까지

친환경·고급주거단지 강조

정아름 기자|2016/04/06 18:18
래미안 롯데캐슬 이편한세상 자이. 원래 사전에 있었던 단어처럼 익숙해진 아파트 상표들이다.

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상표는 1997년 IMF 이후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고자 각종 외국어를 조합해 고급주거단지나 친환경 아파트의 의미를 강조한 아파트 상표를 줄줄이 내놨다.

영어를 써서 아파트 이름을 지은 곳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롯데건설은 롯데에 성이라는 뜻의 캐슬을 붙여 ‘롯데캐슬’을 만들었다. 1999년 서초구 서초동에 롯데건설 84단지를 분양하면서 국내건설사 최초로 아파트에 브랜드를 도입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비버리힐즈와 같은 부유층 주거단지를 뜻하는 힐에 지위를 뜻하는 스테이트를 합쳐서 아파트 상표를 만들었다. 대림산업은 이렇게 편한세상과 일렉트로닉의 이를 따서 ‘이편한세상’을 탄생시켰다. 2000년 당시 초고속인터넷 망이 보급되던 시절을 반영했다. 이후 환경(enviroment)·에너지(energy) 등의 의미를 거쳐 현재는 앞선 의미를 통합한 경험(experience)으로 통칭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푸르다는 순우리말에 대지를 뜻하는 영어 지오를 합성해 ‘푸르지오’를 민들어 친환경 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GS건설은 엑스트라의 발음 앞글자를 딴 X와 지성을 뜻하는 영어 인텔리전트의 I를 따서 특별한 지성이란 의미를 담은 ‘자이’를 만들었다.

한자를 조합해 아파트 상표를 만든 건설사들도 눈에 띈다. 삼성물산은 올 래(來)·아름다울 미(美)·안전할 안(安)을 따 ‘래미안’을 만들었다. 한자 그대로 미래의 아름다운 안전한 주거공간을 뜻한다.

한양건설의 아파트 상표인 ‘수자인’은 빼어날 수(秀)·스스로 자(自)·사람 인(人)을 합친 단어다. 자연과 함께 사람이 여유롭게 즐길수 있는 주거공간이라는 뜻을 넣었다.

불어를 아파트 상표에 도입한 건설사들도 있다. 호반건설의 아파트 상표는 불어를 합성한 ‘베르디움’이다. 불어로 푸른 숲이라는 뜻인 베르(VERT)와 공간을 뜻하는 IMPERIUM를 합쳐 사람과 자연이 살아 숨쉬는 주거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태영건설은 불어로 디자인을 일컫는 데생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어 앙을 결합해 아파트 상표 ‘데시앙’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