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듯 거대한 현대사회 풍경에 압도되다” 진 마이어스 개인전
학고재갤러리에서 내달 15일까지...신작 11점 선보여
전혜원 기자|2016/04/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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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 전시 중인 진 마이어슨의 4m 크기 신작 제목이기도 하다.
13일 전시 오픈을 앞두고 12일 미리 본 ‘스테이지 다이브’는 거대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배를 만드는 공장 등 도시 풍경을 스케치한 뒤 스캐너 위에서 회전시키며 얻은 이미지를 다시 캔버스에 회화로 표현한 이 작품은 작가의 복잡한 ‘내면 풍경’을 담고 있다. 엄청난 움직임과 속도감을 담은 이 이미지는 마치 록 콘서트장의 혼잡함과 열기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과 함께 미국 팝아트 발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로 꼽히는 제임스 로젠퀴스트가 그의 외삼촌이다. 마이어슨은 로젠퀴스트의 작업실에서 작품과 작업과정을 보며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더불어 역사학자이자 교수였던 부친과 함께 미국 내 여러 도시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자주 찾은 일이 큰 도움이 됐다. 1995년 미니애폴리스 예술대학에 진학해 학사를, 1997년 펜실베니아 에술대학에서 석사를 이수했다.
마이어슨은 2006년 런던의 유명 갤러리인 사치에서 단체전 ‘회화의 승리’에 참가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화상 찰스 사치가 그의 작품을 사들였으며,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활동해 유럽에 두터운 콜렉터 층을 확보하고 있다. 솔로몬 구겐하임과 첼시 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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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지쳐 은퇴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면서 “학고재갤러리 전시를 위해 지난해부터 음악가가 음반을 구상하듯 전시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제목은 ‘노 디렉션 홈’(No Direction Home)으로, 팝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남은 밥 딜런이 2005년 발표한 곡의 가사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입양의 아픔과 동시에 그가 작가생활을 하며 뉴욕, 파리, 자카르타, 홍콩, 서울 등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생활한 경험이 담긴 것이다. 또한 포물선 모양을 띤 셀 수 없는 곡선과 다양한 색으로 구성돼 있어 어디가 시작점인지를 알 수 없는 복잡한 그의 작품을 은유한 것이기도 하다.
마이어슨은 대학 시절 잡지에서 미식축구 경기 사진을 보다 그 사진이 담고 있는 움직임과 속도감에 주목하게 돼, 이후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움직임과 속도감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해왔다.
작가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접할 수 있는 잡지, 텔레비전,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작품 소재를 찾는다. 2001~2005년에는 포토샵을 집중적으로 이용했으며 2005년부터는 스캐너로 작업하고 있다.
마이어슨은 “프린트를 스캐너 위에서 양손으로 회전시키면서 작가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고(故) 이동엽(1946~2013) 작가로부터 받은 영감을 표현한 작품들도 전시된다. 이동엽은 미술시장을 달군 ‘단색화’ 시발(始發)에 영향을 준 현대회화 작가로, 마이어슨은 지난해 그의 전시를 학고재갤러리에서 보고 ‘The Invention of Zero (for L.D.Y.)’ 시리즈를 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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