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첨단기술산업의 규제개선을 위한 제언
2016/05/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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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로 무장한 신종 장치나 서비스들은 새롭게 고민해야 할 여러 숙제를 던져줬다. 그 중 법제(法制) 측면에서는 기존 규제와 충돌 해결, 새로운 규제의 도입, 기존 사업자들과의 이해관계 조정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중교통·차량거래·배송·숙박과 같은 생활형 O2O(Online-to-Offline)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규제 이슈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규제에 그대로 끼워 맞추려고 하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듣게 되고, 반대로 규제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감면해주면 특혜가 아니냐며 반발을 얻게 되는 케이스가 많다.
또 다른 예로 빅데이터의 활용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처리할 수 없었던 대량의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금융·의료·교통·쇼핑·여가 등 모든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으며, 여러 기업들은 앞다퉈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빅데이터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해야 하는데, 막연히 정보보호 규제를 완화하려는 경우 각 정보주체의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무엇보다 규제개선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를 두고 첨단기술산업의 비즈니스모델은 무조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기존 규제는 대부분 오프라인 사업을 위한 자격이나 시설 등의 요건을 정해둔 것이므로, 정보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영역은 그 특성에 맞는 별개의 규제로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굳이 오프라인 규제의 틀을 어떻게든 유지시키려 하기 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태도로 과감한 변화를 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둘째, 규제의 틀을 포지티브 형태에서 네거티브 형태로 바꿔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란 법령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를 허용하는 방식의 것을 말한다. 나날이 신개념이 등장하는 첨단기술산업에 대하여 법령으로 미리 무엇을 허용할지를 세세하게 정해두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모바일을 통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융합형 사업을 포지티브 규제로만 관리하려고 하면 매번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사고 발생시에는 강력하게 제제해야 한다. 즉 비즈니스모델에 있어서는 다양한 시도를 허용하되, 이용자 또는 제3자에게 입힌 손해에 대하여는 보다 엄격한 배상책임을 지는 풍토로 바뀔 필요가 있다. 그러면 각 사업자는 낮은 제약 하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면서도, 자신의 위법한 행위에 기한 손해발생을 막으려는 자발적인 노력을 병행할 것이다.
첨단기술산업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기 때문에 미리 앞서 규제를 개선하는 식의 대응이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신기술의 동향을 꾸준히 파악하면서 이슈가 발생한 각 케이스마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려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장래 혁신을 가져다 줄 빼어난 아이디어가 자칫 옛 규제에 가로막혀 사라지게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