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가시밭 ‘임단협’ 돌입… 갈 길 먼 구조조정

최원영 기자
2016/05/12 06:00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조선 3사가 정부에 고강도 자구계획안 제출을 앞둔 상황에서 일제히 이달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약에 돌입한다.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회사와 고용 보장 뿐 아니라 임금까지 올려 달라는 노조간의 갈등이 본격화 조짐을 보이며 기업 구조조정 난항이 예상된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전날 노사 상견례에 이어 이날부터 본격적임 임금·단체협약 본교섭에 들어갔다. 사측은 이날 경영현황 설명회를 통해 회사 사정을 교섭위원들과 공유했다. 12일엔 노조가 기본급 인상에 대한 책정 배경·단체협약 요구에 대한 타당성 등을 사측에 설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양측이 모두 한차례씩 설명을 주고 받으면 추후 세부적인 논의에 들어가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성과금 지급·직무수당 상향 등 임금인상과 전년도 퇴사자 만큼의 신규사원 채용 등을 임·단협 조건으로 내걸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외이사 추천권과 이사회 의결사항 노조 통보 등 인사와 경영에 관련한 요구사항도 포함돼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정책실 관계자는 “조선업계가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맞지만 현대중공업의 경우 호황기였던 12년 동안 약 23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과정에서 원청 및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임금동결 등 회사에 협조한 부분이 많다”며 “이를 무시하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건 그동안 근로자들의 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이 모든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중지한다면 다시한번 회사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가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노사 양측의 견해차는 크다. 회사측은 어려운 상황에서 임금인상 등이 과도할 뿐 아니라 인사권 개입까지 바라는건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조합원 우선 채용과 해외연수 폐지, 지각과 조퇴 시 해당 시간만큼 임금 감봉하고 현행 800%의 상여금 중 300%를 기본급으로 전환하겠다는 안을 마련했다. 임단협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전날 상견례를 가진 대우조선해양 역시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노사 진행위원들은 차기 교섭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논의 했다. 추후 일정이 정해지면 주 2회씩 고용보장과 임금인상을 골자로 한 세부 조율에 들어간다. 대주주인 정부가 기존보다 강화된 자구안을 요구하면서 노조는 강경 대응을 선언한 상태다.

반면 아직 상견례를 갖지 않은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최근 고용보장을 약속하면 임금을 동결할 수 있다는 카드를 제시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에 비해 한발 물러선 협상안을 내놨다는 평가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채권은행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추가 인력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상황은 어떻게 튈 지 모른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르면 이달말쯤 사측과 상견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일남 삼성중공업 노동자위원회 조직국장은 “어떻게든 교섭을 통해서 노사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근로자들도 예전같이 시간 끌기 없이 양보한 방안을 내놨으니 사측도 한발 물러나 여름 휴가 전에 교섭을 타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선 3사 노조는 모두 7월말에서 8월초에 예정된 집중 휴가 이전에 교섭을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기업들이다. 노조와 조율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다음 주 정부에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임·단협을 각 사가 얼마나 현명하게 해결 할 지가 과제”라며 “양보 없이 서로 책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구조조정은 더뎌질 수 밖에 없고 체질개선의 골든타임을 모두 놓치면서 공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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