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채권단 7000억 조건부 출자전환 의결… 향후 영향은

문누리 기자|2016/05/25 06:00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제공=현대상선
24일 현대상선 채권단은 7000억원 규모의 조건부 출자전환을 의결함에 따라 용선료 협상에 소극적인 해외 선주들에게 협상 조속 타결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출자전환에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 동참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는 만큼 이제 현대상선의 회생·법정관리 여부는 해외 선주와 사채권자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 채권단 측은 6800억원 가량의 출자전환 안건 통과를 통해 현대상선 회생을 위한 고통분담 의지를 해외 선주 및 사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 20일께 예정됐던 용선료 협상 시한이 미뤄졌을 뿐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개별협상도 지지부진하면서 이번 출자전환 의결건은 해당 선주들에게 강한 압박책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채권단 측의 출자전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주들이 용선료 협상에 협조하지 않게 되면 현대상선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회사채와 상거래채무 등이 모두 동결되고 용선료도 일반 채권과 같은 비율로 탕감되는 등 선주 측도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다. 협상단이 요구하는 용선료 인하율 28.4%(2771억원)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당초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이 무사히 끝난 후 채권단 출자전환을 진행하려 했으나 용선료 협상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오는 31일과 6월1일 앞두고 있는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 시기가 다가오면서 출자전환 안건을 용선료 협상 결과 전 의결하기로 했다. 이후 용선료 개별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선주 측이 용선료 인하에 합의하고 사채권자도 채무재조정에 동참해 채권단 출자전환이 의결된 대로 집행된다면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400% 이하로 낮아지게 된다. 이 경우 현대상선 측은 정부의 선박펀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대규모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1만8000TEU급의 대규모 선박이 작은 선박보다 유류비 등 여러 면에서 효율성이 좋기 때문에 발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권단 출자전환 자금에 사채권자 채무조정으로 절감될 비용까지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200%대까지 내려간다. 이 경우 현대상선의 새로운 해운동맹 편입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의결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용선료 협상·사채권자 집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곧바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채권단의 의결이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집회 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상선은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5개의 사채권자 집회에 대한 성립 요건을 한국예탁결제원 출고 기준으로 모두 충족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사채권자 집회는 올해와 내년 만기 도래하는 모든 공모사채를 대상으로 한다. 사채권자 집회 충족 요건은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집회시 안건이 가결되려면 참석금액의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또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매각 대금 1조2427억원이 이달 내 최종 유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 13일 부산신항만터미널 매각을 종료했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증권 등 매각대금은 안정적인 운용 자금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라며 “자구안 완료 후 사업정상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