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정치권이 키운 ‘반기문 대망론’
충청 출신·중도·외교력 강조 꼽혀
임유진 기자|2016/05/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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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이후 대선주자 기근에 시달리는 새누리당에선 반 총장이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반 총장의 여권행이 높게 점쳐지자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대표 등 다수의 후보군을 지닌 야권은 정치적 김빼기에 나섰다. 하지만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 현실화한다면 야권의 대권 구도도 출렁일 전망이다.
반기문 대망론의 배경엔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 현상이 깔려있다. 기존 정당과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겹치면서 비교적 때가 덜 묻은 외교 관료 출신의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타이틀도 차기 대권 주자로서 긍정적인 이미지와 인지도 제고에 한몫을 하고 있다.
그는 전날에도 국내 정치 상황을 겨냥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은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는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한국사회에 들끓고 있는 편 가르기와 이념 논쟁 등 사회·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임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영호남의 극한 대립 속에서 지역색이 옅은 충청권 출신 대선 주자라는 점은 메리트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이다. 정치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계파·보스정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다 중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단 점에서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내세울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역설적이게도 반기문 대망론의 원천 요소들이 그의 자산이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정당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정치적 기반이 없는 데다 국제 무대에서만 활동한 탓에 경제·민생을 두루 아우르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향후 여권의 양대 축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이 갈라선다면 반 총장의 대선 본선 승리도 어려울 수 있게 된다. 국내 정치판의 혹독한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평생 쌓아온 이미지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계 개편론과 맞물려 그의 거취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반 총장이 바로 여권으로 직행하지 않고 제3지대 정치세력 형성 후 여권과 합쳐 대선에 출마할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반 총장이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고 ‘통합’이라는 키워드를 대권 메시지로 던진 만큼 퇴임 후 국내 정치에 몸담더라도 기성 정치권과 거리두기를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반 총장도 여권, 그것도 친박(친박근혜) 후보로 대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자주 만난다고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 때도 그랬고 어느 대통령이건 다 마찬가지였다”며 “확대해석에 스스로도 기가 막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