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신촌 차없는 거리…기업 안테나 매장으로 명맥 유지
정아름 기자
2016/06/07 16:30
2016/06/07 16:30
'수익보다 홍보' 전략 매장이 메워
|
지난 2일 찾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는 유명 브랜드 전시장을 방불케했다.
화장품·까페·의류·스마트폰 매장 등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차없는 거리 양옆에 늘어선 상가들 중 ‘임대’ 현수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4년 1월 차없는 거리로 지정된지 2년5개월이 지난 지금, 이곳은 안테나 매장이 자리를 대신하며 예전 신촌 상권의 명맥을 잇고 있었다. 안테나 매장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운영하는 가게로 매장 수익보다는 홍보나 정보 수집이 목적이다.
차없는 거리 주변서 만난 ㅇ부동산 관계자는 “월세 감당이 어려운 기업들이 안테나 매장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익이 안 나더라도 제품 홍보차원에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권은 침체됐지만 안테나 매장들이 들어오면서 임대료를 떠받치고 있는 실정이다.
차없는 거리 상가 임대료 시세는 3.3㎡당 5000만~6000만원으로 2~3년간 변동이 없다. 권리금도 정체상태다.
다만 임대료와 권리금 간의 반비례 관계는 있다.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을 경우 권리금이 비싸지는 식이다. ㄷ 부동산 관계자는 “장사 잘되는 점포는 높은 권리금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나빠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상가 위치와 건물 형태에 따라 임대료·보증금·권리금 등이 천차만별이라는 게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3월 명물거리에 문을 연 식품매장의 경우 권리금 3억5000만원을 주고 입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차없는 거리가 속한 신촌권역의 지난 1분기 임대료는 1㎡당 2만9400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7% 하락했다.
ㅎ부동산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 시행 이후 뚜벅이 상권으로 바뀌면서 침체됐다”며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만 신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ㅇ부동산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 이전에는 연세대 교직원·세브란스 병원 직원들도 차를 이용해 신촌을 찾았지만 요즘은 연희동이나 서소문 쪽으로 나간다”며 “일반 차량이 다녔을 때는 연대앞을 가로지르는 대로였지만 이제는 그냥 길이다보니 상권이 많이 죽었다”며 씁쓸해했다.
상권 침체로 손바뀜도 기업 안테나 매장 중심으로 이뤄진다. 최근 차없는 거리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 화장품 전문점으로, 신발 브랜드가 드럭 스토어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같은 업종끼리 손바뀜도 있다. SPA 브랜드가 다른 의류 브랜드로 바뀌기도 했다.
차 없는 거리가 계속 운영되는데다 경기까지 침체되 신촌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ㅎ부동산 관계자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갑자기 내리지는 않겠지만 점포가 나가지 않는다면 시간을 두고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