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폴크스바겐 적반하장식 입막음 소송에 ‘철퇴’
액셀 오작동 '1인 시위' 나선 소비자…법원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아"
폴크스바겐 1000만원 손배소 전부패소 판결
최석진 기자|2016/07/0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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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은 이 고객을 블랙컨슈머 취급하며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소하고 동시에 민사소송까지 내며 입막음에 나섰지만 법원은 고객의 항의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민사22단독 김동현 판사는 전날 폴크스바겐의 한국 내 판매 및 수리와 정비를 담당하고 있는 공식딜러 유카로오토모빌 주식회사가 폴크스바겐 차량 구매자 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전부패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피고(최씨)가 제출한 동영상 등의 자료를 보면 피고가 구매한 폴크스바겐 차량의 가속기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볼 만한 정황이 확인되고 피고가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했다.
이어 “가속기 이상은 자동차의 본질적 기능에 관한 결함으로서 이용자의 생명·신체에 결정적 위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수리가 가능하더라도 차량의 교환가치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품의 결함으로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끼치거나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업자에게 당해 물품의 수거·환급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소비자기본법 48조 규정을 감안할 때, 피고가 보증기간 내에 발생한 위와 같은 심각한 결함을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것이 반드시 부당하다고만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김 판사는 “원고(폴크스바겐)는 기존 차량검사에서 차량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시한 바 있을 뿐 적극적으로 불량의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의 환불요구에 대하여도 원고는 피고가 1년 정도 사용한 차량에 대한 환불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원고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치부하고 있을 뿐 피고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판사는 “피고가 입은 피해의 정도와 원고가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 여부, 항의 과정에서 택한 방법의 비례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피고의 행위는 원고가 수인해야 할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2014년 12월 폴크스바겐 CC 2.0TDI 신차를 구입한 최씨는 차량을 구입한지 10개월이 채 안된 2015년 9월 고속도로 주행 중 액셀이 작동하지 않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같은 현상이 또 반복되자 최씨는 서비스센터를 찾았지만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3일간 차를 입고해 정밀검사도 받았지만 그 같은 증상은 다시 반복됐다.
결국 최씨는 환불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그러자 폴크스바겐은 최씨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고소장에는 “최씨가 정비도 제대로 받아보지 않고 무조건 환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는 사실과 다른 얘기가 적혔다.
그리고 다시 법원에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까지 냈다.
폴크스바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씨의 사연을 처음 보도한 본지와 KBS를 상대로도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앞서 지난 4월 22일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열린 조정 기일에서 폴크스바겐 측은 최씨를 악질 블랙컨슈머로 몰아갔다. 제대로 된 수리 의뢰도 없이 다짜고짜 환불만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것처럼 주장한 것.
하지만 당시 박인식 중재부장은 “꼭 며칠씩 차를 공장에 넣어야 수리를 의뢰한 거라고 볼 수는 없다”며 “최씨가 시위에 나서기 전에 차에 이상이 있어 정비센터를 찾아갔다면 일반인의 상식에선 정비 의뢰를 한 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차량 결함을 호소하는 소비자에 대한 폴크스바겐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