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한때 범람 위기...물폭탄 울산 곳곳 침수·2명 사망
2016/10/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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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는 땅이 울리더니 이제는 물난리라니…”
지진으로 인해 불안감에 빠져있던 동남권 주민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차바가 몰고 온 물폭탄을 맞았다. 5일 쏟아진 300㎜ 안팎의 폭우와 강풍에 울산지역이 큰 상처를 입었다.
태화강 지천 등 일부 하천이 범람하고, 상가와 도로가 물에 잠기거나 붕괴되는 등 수마(水魔)가 일대를 마비시켰다.
울산은 이날 새벽 0시30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 2시까지 평균 266㎜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는 10월 기준으로는 1945년 151㎜이래 71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북구 매곡동이 374.5㎜로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최대 초속 34.5m에 달하는 강풍으로 수십 개의 가로수와 전신주가 넘어졌다. 14년 만에 '홍수경보'도 발령됐다. 국토교통부 낙동강홍수통제소는 5일 낮 12시40분을 기해 울산 태화강 지역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가 오후 3시10분 해제했다.
인명피해도 잇따라 2명이 사망했다. 이날 낮 12시 10분께 울주군 청량면 회야댐 인근에서 온산소방서 소속 대원 강모씨(30)가 불어난 회야강 물살에 휩쓸렸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강씨는 주택 옥상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로를 확인하던 중이었다.
이어 오후 1시10분께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현대아파트 입구 부근에서 최모씨(61)가 도로변 가드레일에 몸이 끼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최씨가 아파트 인접 태화강 강물이 넘치면서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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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야댐은 이날 오전 5시부터 수위가 만수위인 34.3m를 넘어 물이 방수로 위로 넘쳤다. 인근 주민 30여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오전 11시께 회야정수장으로 대피했다가 오후에 비가 그치는 것을 확인하고 모두 귀가했다.
울산시 재난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198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울산의 젖줄 태화강은 여가공간인 둔치를 집어 삼키고 주거공간 바로 턱 밑까지 치달았다.
직장인 김규형씨(33·남구 무거동)는 “한 시간 정도 만에 150㎜가량 폭우가 쏟아졌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차량이며 주택들이 침수해 도시가 온통 마비됐다”고 말했다.
또 울주군 구영리에 사는 김훈기씨(34)는 “허리까지 불어난 물에 토사가 밀려오는 것을 보면서 공포감이 들었다”며 “마을 침수에 어린 아이를 안고 급하게 나온 이를 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