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규대 이노비즈협회장 “금융권 ‘우산 뺏기’ 中企 성장 막는다”

"혁신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효성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

이계풍 기자|2016/11/29 06:55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은 28일 경기 분당 판교 이노밸리에서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중소기업계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혁신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효성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금융권이 대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조달 명목으로 중소기업의 대출금 회수를 강화하고, 금리를 인상했다. 최근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결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많은 중소기업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을 선택하는 등 ‘궁여지책(窮餘之策)’식 경영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은행(지난 8월말 기준)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비은행기관 대출금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8%(14조원) 늘어난 72조원으로 집계됐다.

아시아투데이는 28일 경기도 분당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사무실에서 이규대 회장(58)을 만났다. 이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금융권의 중소기업 우산 뺏기가 여전하다”며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단기간 적자를 낸 경우에도 대출금 회수와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업경영이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이노비즈협회 회장직에 오른 이 회장은 그동안 1만7700여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대신해 중소기업계의 발전과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 2년간 죽을 각오로 달려왔다”는 이 회장은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취임 당시만 해도 1만969개사였던 회원사가 20여개월 만에 1만2200여개사로 늘어났다. 역대 최다다. 현재 이들 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산업계의 16.5%에 이르는 핵심산업군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이 그리는 중소기업의 이상적인 그림은 무엇일까. 그는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미래성장동력을 갖춘 이노비즈기업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발굴·육성하려는 정부와 금융권이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28일 하만주 중기벤처부장의 사회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은 28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권의 ‘우산 뺏기’는 중소기업 성장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정재훈 기자
대담: 하만주 중기벤처부장

이규대 회장은 우리 경제를 ‘넛크래커(호두까기 기계)에 낀 호두’에 비유했다. 일본·중국 기업의 압박에 이어 미국까지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세계 시장 속 국내 중소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노비즈 회원사가 겪고 있는 애로사항은?

“극심한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이노비즈기업군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혁신기술 기반의 기업들의 경우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권이 추가적인 지원은커녕 이미 대출된 자금마저 회수해 가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우산 뺏기로 기업 혁신과 도전을 가로막으면 중소기업 성장에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기업의 금융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및 금융권, 협회 및 회원사들의 역할은?

“정부와 금융권은 일시적으로 매출이 하락한 기업을 ‘한계기업(금융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으로 분류하는 기업평가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은 기업 대출 심사 때 재무상태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기업대표와 은행지점장 간 세밀한 면담절차·상담일지 작성 등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이 지난 3년간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대기업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비약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 또한 협회도 중소기업청 및 수출지원기관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노비즈협회는 ‘베트남기술교류센터(VTTC)’와 협약을 맺고 한·베트남 기업 간 기술교류를 적극 추진해 왔으며, 최근에는 ‘이란-한국기술교류센터(IKTEC)’를 설립해 중소기업 이란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노비즈협회의 그간 성과가 궁금하다.

“이노비즈협회는 ‘5-10-15 전략’ 달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5-10-15 전략’은 일거리 5만개 창출·중견기업 1000개 육성·수출중소기업 1만5000개 달성을 뜻한다. 특히 청년 취업 문제가 대표적인 사회적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청년 1+ 채용운동’을 실시하는 등 일거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 결과 16만7900여명의 청년 취업 문제를 해결했으며, 특히 이노비즈협회에서 7만1614개의 일거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노비즈협회의 2017년 계획은?

“국가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돼야 한다. 이노비즈협회는 수출시장 다변화 방안으로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이란 등 여러 신흥국 정부와 직접적인 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고도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창조경제혁신제품 전용 티커머스(T-commerce) 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장(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사진=정재훈 기자

◇이규대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1958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국가정책과정을 수료했다. 1991~2001년 대경통상 대표이사직을 지냈으며, 2001~2014년엔 대경산업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현재는 메디칼드림(Medical Dream) 대표직과 이노비즈협회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