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한 문재인 대통령…사드 배치 ‘절차·투명성’ 문제 인식
환경평가 회피 의혹조사도 지시
국회 비준문제로 진화될 가능성
김동현 기자|2017/05/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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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청와대의 설명 그대로 이번 사안은 국방부의 명백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국방부가 사드 발사대 4기를 국내에 추가 반입한 사실을 보고받은 뒤, “매우 충격적”이라고 격노했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사드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다시한번 여론에 환기시키려는 문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해석도 있다.
국방부가 청와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 자체는 명백한 잘못이지만, 이를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공론화시키는 순간 한·미간 외교적 문제는 물론 국내 정치권의 사드 찬반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는 문제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논란을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사드 도입 결정과 배치 등 일련의 절차적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렇게 하는 것이 전정권과 달리 국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사드 몰래 반입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발사대 4기의 반입 사실을 비공개한 이유가 사드 부지에 대한 전략적 환경 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사드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다시한번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자연스럽게 국회 사드 비준 문제로 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사드 찬반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이 국익을 위해서 낫다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해왔다.
다만 북핵 위기 고조에 따른 엄중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 사드를 찬성하더라도 국회 비준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나타냈다.
따라서 이번 사드 몰래반입 진상조사 지시는 사드를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절차와 과정을 투명하게 소상히 공개하면서 동의를 구하겠다는 계산된 정치 행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사드 배치에 극렬 반대하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외교적 행위라는 숨은 해석도 있다.
중국 정부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중국진출 국내기업에 대한 한한령(限韓令·한류자제령)을 일시적으로 누그러뜨리는 등 우리정부의 사드 철회 결정을 압박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새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국내 일반정책은 물론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투명한 절차와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만에하나 국회 비준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사드 배치가 결정된다면 중국 정부도 더이상 우리정부를 압박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