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피해자의 의료기관 이용 쉬워진다

정부, 4일 국무회의서 석면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검사병원 수 55→111개로 확대…'의료비 후불제' 길도 열려

주성식 기자|2017/07/04 10:13
석면에 노출돼 질병 등이 발생한 피해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문 검사 의료기관 수가 현재보다 두 배 확대된다. 이에 따라 석면피해자들이 법으로 규정된 피해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구제급여액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해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석면피해구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 통과로 기존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에 ‘300병상을 초과하는 특수건강진단기관인 종합병원’ 56곳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 수는 현재 55개에서 111개로 늘어난다.
그간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등 대도시 중심으로 55개 밖에 없어 전체 석면피해자의 41%인 786명이 거주하는 보령시나 홍성군에서는 병원 방문이 어렵고 검사 대기 기간이 길어 불편함이 따랐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의 수가 111개로 늘어남에 따라 보령시·홍성군에 거주하는 석면피해자의 경우 가까운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까지의 거리가 최대 50km 이상 단축된다.

이처럼 전문 검사 의료기관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피해신청 기간이 줄어들고 피해 신청일 기준으로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구제급여액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면피해자가 석면피해 구제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석면피해구제법’에서 인정한 의료기관에서 석면질병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석면피해를 인정받아야 한다.

한편,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이번 개정안에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석면피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보령아산병원,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부산대학교 양산병원, 홍성의료원 등 5개 병원과 ‘석면피해자 의료비 후불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석면피해자가 고대 구로병원 등 5개 병원에 갈 경우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고 석면질병을 치료받을 수 있게 된다.

그간 잠복기가 긴 석면질병의 특성상 석면피해자의 53%는 70세 이상 고령자이어서 의료비 신청 절차를 모르거나 병원비가 소액일 경우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으로 1897명의 석면피해자와 특별유족(피해인정 전 사망한 사람의 유족) 657명 등이 환경성 석면피해를 인정받아 지원을 받았고, 이에 따라 지급된 구제급여액은 약 54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민지 환경부 환경보건관리과장은 “그간 석면질병 검사 의료기관이 주로 대도시에 편중돼 있어 지방 소도시 등에 거주하는 석면질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불편했다”며 “이번 의료기관 확대와 의료비 후불제 도입이 석면피해자의 석면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